◇ 비아 델라 플라타/김효선 지음/320쪽·바람구두·1만4800원
길 위에서 마음의 자유 찾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으로 로마와 예루살렘에 이어 유럽 3대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예부터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는 도보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플라타의 길’이라는 뜻의 ‘비아 델라 플라타’는 바로 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이름이다. 세비야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1000km를 넘게 걸어야 하는 길이다. 여행객들이 많이 선택하는 길은 프랑스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향하는 ‘프랑세즈 길’이다. ‘비아 델라 플라타’는 이 책의 부제처럼 ‘산티아고 가는 다른 길’인 셈이다.
199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세즈 길은 이제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이 됐다. 저자가 만난 미국인 자매가 “숙소가 부족해 ‘빨리 가서 침대를 차지해야지’ 하는 조급증이 생긴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비해 플라타 길은 좀 더 조용하고 소박하다. 알베르게(도보 순례객을 위한 숙소)를 서너 명이 차지하고 마음껏 코를 골고 잘 수도 있으며 슈퍼마켓도 없는 조그만 마을 그리말도에서는 마을 바비큐 파티 수준의 ‘산호세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프랑세즈 길을 먼저 걸은 후 플라타 길을 다시 걷는 진짜배기 ‘도보 여행 중독자’들이 대부분이다.
책은 일기 형식으로 저자가 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늘 “이탈리아에서는…”이라며 고향 자랑을 늘어놓는 이탈리아 이혼녀 피아, 76세의 나이에도 도보여행의 매력에 빠져 매년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 파리지앵 레몽 할머니….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함께 길을 걷는 ‘동지들’은 의지가 되기도, 갈등을 겪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처음엔 서로를 ‘차가운 독일인’, ‘수다스러운 이탈리아인’이라며 싫어하던 독일 남자 한스와 피아는 여행을 통해 연인이 된다.
뜨거운 태양에 화상을 입어가며 매일 20∼30km를 걸어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인 산티아고로 가는 길. 두 딸을 다 키운 뒤 중년의 나이로 여행 작가의 삶을 시작한 저자는 이 길을 걷는 이유를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밝힌다. “난, 이 낯선 곳, 낯선 얼굴, 불편한 잠자리에서 자유를 느낀단다…지친 몸이 괴로움에 아우성치던 마음을 치유하는 일, 이건 대단히 기분 좋은 경험이야.”
‘순례자’(문학동네)는 파울로 코엘류가 38세의 나이로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후 쓴 소설 데뷔작이다.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선민’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순례길을 걸으며 세상에 특별한 신비란 없으며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중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예담)은 화가 남궁문 씨의 산티아고 기행문이다. 저자가 길을 걸으며 그린 그림과 사진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후 겨울과 봄, 여름에 각각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겨울베짱이-겨울’, ‘아마폴라의 유혹-봄’, ‘인생은 아름다워-여름’(이상 조형교육)을 펴내기도 했다.
미국의 중년 신학교수가 쓴 ‘걸어서 길이 되는 곳 산티아고’(살림)는 소박한 삶을 요구하는 도보여행을 하면서 저자가 깨우친 삶의 의미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느긋하게 걸어라’(복있는사람)는 예순을 앞둔 수녀 조이스 럽이 그의 20년 지기이자 목사인 톰 페퍼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얻은 인생의 교훈과 깨달음을 정리한 책이다. ‘삶이 위대한 모험임을 잊지 말라’ ‘내려놓으라’ 같은 주제가 저자의 체험과 함께 담겨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