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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말 많은 의료관광,도대체 뭐기에?

입력 | 2009-05-04 02:55:00


의료전문 변호사 3인방이 말한다

의료소송부터 의료컨설팅까지, 의료법률서비스 모두 풀어드려요

의료전문 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현실과 의료정책, 그리고 법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들은 스무 명 안팎. 의료계와 법조계의 지식을 두루 알아야 하므로 일반 변호사들에 비해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활발히 활동 중인 변호사 3명을 만났다. 법무법인 ‘청담’에서 의료파트를 맡고 있는 신헌준, 권용일, 이준석 변호사가 그들이다.

○“의료관광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의료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흔히들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을 해결해주는 변호사일 거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보건의료 산업 전반에 관해 컨설팅을 해주고 법률지식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의료분쟁은 의료전문 변호사가 맡는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신헌준 변호사는 ‘의료관광’이라고 답했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들리는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은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 목적의 여행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의료법상 제 3자가 병원을 알선하거나 소개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그러나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1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 소개 및 알선행위가 합법화됐다. 의료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이미 의료관광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신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외국인 의료관광이 합법화됐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지에서는 의료관광 가이드라인이 담긴 안내책자를 발간해 전 세계에 배포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현재 한국 정부가 만들고 있는 의료관광 안내책자에는 국내 의료관광의 장점은 나와 있지만 의료사고 발생 시 처리절차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실정”이라면서 “법적분쟁도 예방차원의 해결책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임을 감안할 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 해결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분쟁조정법 등 제도적 장치 필요”

“국내 환자 뿐 아니라 한국에 의료관광을 온 외국인환자에게도 의사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권 변호사)

권 변호사는 의료사고 분쟁조정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이미 예전부터 국회에서 입법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사안. 그러나 정부와 의료인,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소송 밖에 없다.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정립되면 장시간이 걸리는 소송을 하지 않고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내 환자의 의료분쟁뿐 아니라 외국 환자들의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유용한 방편이 된다는 평가. 분쟁조정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권 변호사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 구성에 있어 의료인이 참여하면 객관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의료인 외에도 다수의 조정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신뢰성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관들은 의료관광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에 대한 의료행위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 손해배상 문제가 대두되면 고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2005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미국인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 부부 중 부인은 골반골절과 손가락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부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아내는 현지에서 치료를 받았다. 열흘 가량의 치료 기간에 대해 국내 보험사에 청구된 금액은 3000만 원 이상이었다. 외국인 환자의 경우 손해배상액이 본국(이 경우 미국)의 기준에 따라 청구되기 때문. 결국 2007년 9월 이들 부부는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액을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들의 신체감정절차로 인해 아직까지 소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권 변호사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의료수준이 높고 의료 인프라도 매우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 받는다”면서 “앞으로 의료분쟁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의료관광의 성패도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의료분쟁 해결방법 마련해야 의료관광 활성화 돼”

국내 많은 의료기관이 의료관광을 생존을 위한 새로운 활로로 생각하고 있다. 대학병원부터 개인병원까지 의료관광에 대한 기대가 높다. 최근 경제 한파로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의료관광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환자들은 침체된 국내 의료산업에 숨통을 틔워주고 병원의 경영난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

그러나 환자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면 오히려 화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관광 프로그램에서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가는 자칫 의료기관이 파산에 이르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리는 만큼 병원이 입을 피해의 정도는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관광은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의료행위가 목적인 여행. 물론 최고의 방법은 사고나 분쟁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고다.

이 변호사는 “가이드라인과 분쟁조정법 등 분쟁해결 방법을 하루 빨리 만드는 것은 국내 의료관광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