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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충무공의 유산

입력 | 2009-05-04 02:55:00


이순신 장군의 탄생일(4월 28일)을 전후해 해마다 열리는 충무공 기념행사들이 올해는 더 활발해졌다. 충무공이 성장기를 보낸 충남 아산시, 거북선을 만든 전남 여수시에서 각각 이순신 축제가 마련됐다. 경상남도와 서울 중구는 색다른 기획을 내놓았다. 연출가 이윤택 씨를 내세워 뮤지컬 ‘이순신’을 제작해 어제까지 공연했다. 여러 행사로 힘을 분산하기보다는 뮤지컬이라는 한 가지 아이템을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전략이었다. 경상남도는 충무공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곳이고 서울 중구는 충무공이 태어난 곳이다.

▷아산 이순신 축제의 올해 주제는 ‘이순신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경제위기와 국론 분열 속에서 이순신 같은 지도자가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충무공과 연관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로 연고권을 주장한다. 아산, 여수 말고도 진도, 남해, 통영 등이 관련 축제를 열고 있다. 충무공이 위인의 단계를 넘어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되고 있음도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빈손으로 군사를 모으고 무기를 만들어 나라를 구한 활약상은 신화(神話)나 다름없다.

▷그러나 올해엔 그를 둘러싼 민망한 일도 있었다. 충무공의 제15대 종부(宗婦)가 거액의 빚을 지면서 아산 현충사 경내의 고택(古宅) 터가 경매에 나온 것이다. 정부가 1967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벌이면서 국가에 팔 것을 요청했으나 후손들이 사양했던 땅이다. 고택 터는 문화재 구역 안에 있어 다른 사람이 구입해도 훼손되지는 않겠지만 경매에 나온 사실만으로도 충무공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일찍 손을 써서 국유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어 종가(宗家)에서 보관해온 충무공 유물이 180억 원에 암시장에서 팔릴 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무공 종가가 소장 유물 100여 점을 문화재청에 기탁했다는 소식이다. 충무공에게 내린 교지(敎旨·왕이 신하에게 내리는 문서)와 서적들이 포함돼 있다. 충무공 유물이 종가 밖으로 유출돼 뿔뿔이 흩어질 걱정은 사라진 셈이다. 차제에 듣기 거북한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고택 터도 국가가 조속히 사들였으면 한다. ‘불세출의 영웅’ 충무공의 이미지를 잘 관리하는 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