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무시당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 분노한다. 그 분노가 이성적 판단에 의해 얼마나 자제되느냐는 개개인의 몫이다. 국내 프로야구 감독, 코치, 선수들은 나름대로 자존심이 강한 집단이다. 엘리트들만이 선수로 1군 무대에 설수 있고, 8명밖에 안 되는 감독들의 자존심 또한 승부욕 못지않게 강하다.
그 감독들이 뿔이 나도 단단히 나 있다. 한 예가 현장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월요일 경기와 무승부가 패배로 간주되는 제도들이다. 그 외에도 감독자 회의에서 언급되었거나 논의되었던 사항들이 추후 별다른 설명도 없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현장에서 수없이 들어왔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8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현장과 행정을 맡고 있는 KBO와 구단 간의 괴리감이 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야구인들이 배제된 가운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사전교감도 없이 실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즌 중 터져 나온 선수협의 노조 설립 시도도 진의가 어디에 있든, 배경이 무엇이든, 지난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는 기억이 없다. 선수협의 주장대로 전혀 피드백이 되지 않으면서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분위기 속에 초강수를 두도록 원인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새 총재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5월부터일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드시 맞거나 옳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의 소리가 맞지 않더라도 과정과 사정을 설명해주는 소통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프로야구 팬들은 선수와 감독을 보러 온다. 금년 관중수 증가도 올림픽 우승, WBC 준우승 여파가 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봉중근, 윤석민, 류현진, 김태균, 이범호, 이용규 등의 WBC 여진은 아직 남아있고 팀을 비웠던 선장 김인식 감독의 항해술도 팬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우리 국민들은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쓰린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권력과 권한을 깨끗하게 제대로 사용하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절대 권력자의 많은 인물들과의 피할 수 없는 악수(握手)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악수(惡手)의 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프로야구계의 숱한 난제와 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새 총재에게 주어졌다. 프로야구의 도약과 정체, 화합과 반목, 희생과 탐오(貪汚)의 갈림길에서 옳고 바른 길로 유도해야만 한다. 그동안 놓쳤던 아까웠던 기회를 이번에야말로 놓쳐선 안 된다. 프로야구의 큰 주인은 야구팬이란 걸 야구계 모두가 가슴에 새기면서 탐욕이 배제된 원활한 소통 속에 지속적 발전의 가능성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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