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치는 투수… 195cm 덩크왕… 골 넣는 골키퍼…
올 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 주희정(SK)은 키가 농구 선수 치고는 작은 180cm 남짓이다. 코트에서 200cm 안팎의 장대 숲을 우러러 봐야 하는 그가 진기한 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국내 선수 가운데 한 경기 최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것. 나래(현 동부)에서 뛰던 1998년 2월 1일 기아(현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12개를 낚아냈다. 주희정은 작은 키로도 리바운드를 10개 이상 잡아낸 덕분에 트리플 더블을 현주엽(195cm·LG)과 함께 국내 선수 최다 타이인 7차례 작성했다. 주희정은 “키는 작고 몸싸움에서도 밀리지만 자리를 선점하고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잘 잡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세계에는 이처럼 자신의 신체조건이나 포지션을 파괴하는 이색 기록이 나와 팬들을 흥미롭게 한다.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왕에 뽑힌 네이트 로빈슨(뉴욕 닉스)의 신장은 불과 175cm. 단신의 우상이 될 만하지만 로빈슨도 고개를 숙여야 될 선배가 있다. 1986년 스퍼드 웹(당시 애틀랜타 호크스)은 168cm의 단신으로 올스타 무대에 올라 180도 리버스 덩크 등 다양한 묘기로 최단신 덩크왕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2월 올스타전에서 김효범(모비스)이 195cm의 키로 덩크 콘테스트 1위를 차지했다. 김효범은 “학창시절을 보낸 캐나다에서 현지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점프 연습을 했다”고 그 비결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미국프로야구 박찬호(필라델피아)는 통산 3번째 홈런을 쳐 관심을 모았다. 그럼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 투수’는 누구일까. 1930년대 클리블랜드와 보스턴 등에서 뛴 웨스 페렐은 통산 38개의 아치를 그렸다. 페렐은 1931년 9개의 홈런을 때려 한 시즌 최다 기록도 갖고 있다. 2001년 마이크 햄프턴(당시 콜로라도)이 7개의 공을 담장 너머로 보내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김성한 전 대표팀 수석코치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모두 이름을 날렸다. 김 코치는 해태 시절 투수로 나선 날 24개의 안타를 쳤다. 그 가운데는 홈런도 3개나 포함됐는데 등판한 날 홈런을 친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축구에서 수문장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골키퍼 정성룡(성남 일화)은 지난해 7월 27일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의 올림픽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선제골을 넣는 흔치 않은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정성룡이 한국 골문 앞에서 상대 진영으로 길게 찬 볼이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에서 한 번 튕긴 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 골은 각 급 대표팀(청소년, 올림픽, 성인)을 통틀어 골키퍼가 장식한 역대 1호골이었다. 국내 프로 K리그에서는 김병지(울산 현대)가 1998년 10월 24일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헤딩슛으로 최초의 골키퍼 필드골을 장식했다. 눈을 해외로 돌리면 브라질 리그에서 뛰고 있는 호제리우 세니는 골키퍼로는 세계 최고인 83골을 기록하고 있다. ‘골 넣는 골키퍼’로 널리 알려진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는 62골을 터뜨린 뒤 은퇴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