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서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고무줄로 만든 필리핀 전통 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민속박물관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 개최
외국인 우리말하기대회-각국 전통공연 등 열려
“저 자신이 한국에서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라고 느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니까 정말 기쁘면서도 떨려요.”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외국인 우리말하기 대회’에서 오윤아(몽골 이름 오용툭크스·29) 씨는 푸른색 델(몽골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띠 동갑의 연상 남편과 결혼한 이후 7년간의 애환을 이야기했다.
‘외국인 우리말하기 대회’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 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것으로 올해 주제는 ‘다문화’와 ‘가족’. 이날 대회에는 몽골,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외국인 여성 17명이 참가했으며 대부분은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게 된 이들이다.
대상을 받은 인도네시아 출신 무스토파 야니 씨(30)는 ‘내가 느끼는 정보기술(IT)강국 코리아’를 주제로 미니 홈피와 인터넷 쇼핑 등 한국의 인터넷 문화 체험기를 발표했다. 베트남 출신 롱티호아이 씨(24)는 서툰 발음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김치와 된장 냄새가 싫어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시어머니가 주신 고구마는 너무 맛있어 늘 고구마만 먹었다”며 “고스톱도 가르쳐주고 친구처럼 대해주는 시어머니가 고맙다”고 발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제안도 나왔다. 일본에서 온 지 17년째라 다른 참가자들에게서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얻은 미조구치 아케미 씨(44)는 “그냥 다문화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 아끼고 돕는다는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해야 다문화 가정이 잘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전통놀이와 의상체험전도 열렸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무줄놀이처럼 기다란 대나무 막대를 넘는 베트남의 ‘대나무 춤’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5일 오후 3시에는 다문화 가족이 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는 ‘다문화 가정 뽐내기 대회’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10여 개국 500여 점의 생활용품을 볼 수 있는 다문화 생활전 ‘우리 안의 세계’를 연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다문화 사회와 박물관의 역할’이라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다문화 관련 연구를 위해 한국에 체류 중인 낸시 에이블먼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두 자녀를 한국 학교에 보낸 경험을 이야기하며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부모가 모두 미국인인데 어떻게 다문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은 아직 다문화 개념을 좁게 받아들이고 ‘다르다’는 것에 대한 유연함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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