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어린이에 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범한 프로야구. 5월 5일 어린이날은 그 캐치프레이즈에 가장 부합하는 날이다. 역대 어린이날 프로야구를 돌이켜보면 대기록도 나왔고, 사건·사고, 해프닝도 발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린이날의 추억 3가지를 추려본다.
●방수원 노히트노런
1984년 어린이날. 광주 삼미전. 마땅한 선발투수가 없자 해태 김응룡 감독은 방수원 카드를 빼들었고, 방수원은 9회까지 볼넷 3개만 내준 채 탈삼진 6개를 곁들여 아웃카운트 27개를 잡아냈다. 그때까지 안타와 실점이 없었다. 사상 첫 노히트노런. 방수원은 그해 1승8패를 기록했다. 노히트노런이 시즌 유일한 승리였다. 해태 어린이 팬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안겨준 대기록이었지만 삼미 어린이 팬들에게는 가슴에 못이 박힌 어린이날이 됐다.
●부정배트 사용논란
1997년 LG와 삼성이 5월 3-5일 대구에서 3연전을 벌였다. LG는 3일 3-9로 패했다. 그럴 수도 있는 일. 그런데 4일 정경배에게 사상 첫 연타석 만루홈런을 얻어맞으며 5-27로 참사를 당했다. 5일 어린이날에도 1-13으로 대패. 3연전에서 홈런을 17개나 얻어맞고 49점이나 내주자 LG 천보성 감독은 어린이날 경기가 끝난 뒤 “삼성타자들이 부정배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삼성 백인천 감독은 이에 발끈하며 욕설로 맞섰다. KBO는 뒤늦게 배트검인에 나섰고, 일본과 미국에서 성분분석까지 의뢰하는 사상 초유의 소동으로 번졌다.
●삼성의 10연패 서막
2004년 5월 5일. 삼성은 대구에서 현대를 맞아 9-3으로 크게 리드하며 9회초를 맞았다. 마운드에는 임창용. 그러나 임창용이 정성훈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1회에 10-14로 패하고 말았다. 삼성은 18일 대구 KIA전까지 1무 포함 10연패. 삼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김응룡 감독 개인적으로도 최다연패. 김 감독은 팀이 꼴찌로 떨어지자 당시 선동열 수석코치를 술자리에 불러 취한 모습으로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젠 네가 감독 맡아라”고 말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결국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김 감독은 지휘봉을 놓았고, 선동열 감독이 대권을 이어받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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