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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카고’로 8년 만에 뮤지컬 컴백 인순이

입력 | 2009-05-07 02:56:00

8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가수 인순이. 연합뉴스


“더욱 당당해진 벨마로 만나요”

“저는 할머니가 돼도 여자이고 싶어요.”

6월 6∼29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시카고’의 벨마 역으로 8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나서는 가수 인순이 씨는 “어딜 가든 자신감 넘치고 섹시한 벨마처럼 여성적 매력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와 달’ 카페의 기자간담회에 늦게 나타난 그는 “공교롭게도 5년 만에 낸 17집과 시카고 홍보가 겹쳐 여러분께 폐를 끼치고 있다”며 “2주 뒤부터는 가수 활동을 접고 뮤지컬 연습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는 1920년대 여성교도소에 수감된 두 여성 벨마와 록시가 석방을 위해 변호사 빌리를 유혹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그는 2000∼2001년 ‘시카고’ 한국어 국내 초연에서 뮤지컬 가수로 데뷔해 이 작품의 흥행을 뒷받침했다.

뮤지컬계에서 탐내는 가수 중 한 명인 그가 유독 시카고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뮤지컬로선 첫 작품인 데다 내용이 좋아 다작으로 가기보다 작품 하나에 충실하자고 결심해 해외에 나갈 때도 시카고 공연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봤다”고 말했다.

“9년 전 제가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것도 30년간 저를 지켜봐 온 팬들에 대한 선물이었습니다. 제가 나이 먹고도 재즈를 배우고 창을 배우고 뮤지컬에 도전했던 것은 모두 팬들에게 새로운 인순이를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3주 전 뮤지컬 연습에 들어간 그는 초연 때보다 더 자신감에 넘쳤다. 신곡 준비로 올 초부터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을 한 육체적 자신감에 예전에 몰랐던 인생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된 듯 보였다.

“초연 때는 ‘착한 벨마’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제가 뭘 몰랐어요. 당시 연출가가 ‘남편하고 싸울 때처럼, 아이들 야단칠 때처럼 하라’고 말하면 ‘남편과 싸운 적도 없고 아이를 야단친 적도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열다섯 사춘기를 맞은 아이와 자주 싸우기 때문에 그게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알 수 있어요.”

그는 벨마의 노래 중 특히 록시와 함께 부르는 ‘베스트 프렌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책임질 사람은 오직 자기밖에 없다면서 ‘인생이 학교라면 1등을 하고 인생이 게임이라면 우승을 할 것’이라는 가사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학교에서 그는 몇 등일까.

“2, 3등 정도? 아직도 전성기를 못 만났다고 믿고 삽니다. 전성기에 도달하면 내리막길밖에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전성기는 아직 안 왔습니다.”

우후훗, 그야말로 진짜 ‘욕심쟁이’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