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난 사람은 그의 상반된 두 모습에 놀란다. ‘시골에 사는 별 볼일 없는 형님’ 같은 풋풋한 소박함이 하나고 리조트에 대해서만은 안광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열정이 또 다른 하나다. 멤버십 휴양촌인 클럽이에스의 이종용 사장(사진). 그는 며칠 전 예순여덟 번째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를 아는 누구도 그를 칠순 앞둔 노인으로 보지는 않는다. 여느 젊은이 못잖은 ‘꿈’과 그것을 이뤄내려는 불같은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과 어울려 제대로 쉬는 곳
“전직 대통령도 회원 아니면 NO”
그는 말한다. ‘나는 늙었을지 몰라도 내 꿈은 늙지 않는다’고. 태평양 곳곳에 10여 개 휴양촌을 지어 ‘자연 속의 휴식’이라는 ‘일탈(逸脫)’을 감행하자고 내내 선동하는 이 ‘드림위버’(Dream weaver·몽상가)의 역동적인 꿈.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빌딩의 20층. “그림 한 장을 더 완성했습니다.” 이 대표가 한 이 말은 곧 ‘통영리조트 완성’을 뜻했다. 클럽이에스는 이 대표의 평생 꿈이 담긴 휴양촌이다.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인 중장년의 인텔리 층을 위해 만든 편안한 휴양마을’. 이게 그가 꿈꿔온 멤버십 휴양촌이다.
“키워드는 ‘일탈(逸脫)’입니다. 도시는 비대해지고 문명은 발전하지만 사람은 자연과 괴리되고 그래서 탈출을 꿈꾸게 되는데….” 때 묻지 않은 자연 안에 지내는 편안한 휴식. 그것도 홀로가 아니라 여럿이 두루 어울려 함께 지내며 담소하는. 첫 그림인 제천리조트는 1995년 그렇게 탄생했고 거기서 이 사장은 ‘촌장형님’으로 불리는 마을지기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국내최고 리조트’가 태어날 수는 없다. 운도 따랐다. 때는 1970년대. 섬유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이 사업의 미래에 의문이 들었다. 우리처럼 조그만 나라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것이 무엇인지. 그는 ‘자연이 주제인 리조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길로 장소물색에 나섰다.
그러던 1976년, 기회가 왔다. 충주호 수몰예정지역 주민이 마을뒷산(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을 팔려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호수의 멋진 풍광을 머릿속에 그리며 평당 30원에 못 미치는 돈으로 이 땅 33만 m²(약 10만 평)을 샀다. 그리고 7년 후. 대운이 들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충주호권 다목적 개발계획’을 보고받고는 예산을 증액해 대대적으로 개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 길로 땅값은 150억 원으로 6000배 이상 뛰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9만 원의 사업자금이 150억 원으로 뻥튀기 된 ‘꿈 아닌 꿈’을 그는 현실에서 체험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당연히 생활도 바뀌었다. 그날로 카메라를 사서 세계여행을 떠났다. 첫 목적지는 유럽. 스위스 알프스와 이탈리아 미항 나폴리, 그리스 섬과 스페인 해변을 찾았다. 그런 여행만 십수 회. 드디어 해답을 찾아들고 제천리조트 건설에 착수했다. 그때가 1994년, 여행 시작 후 10년 만이었다. 그 해답은 ‘자연과 어울림’.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클럽이에스는 돈만 내면 아무나 묵는 콘도가 아니다. 회원에게만 투숙권리를 주는 멤버십 별장이다. 이 원칙은 엄격하게 지켜진다. 클럽이에스 제천리조트에서 있었던 일.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투숙을 요청했지만 그는 단박에 거절했다.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장은 스스로 ‘성질이 못됐다’고 한다. 원칙고수의 ‘고집’과 불같은 정열을 내포한 ‘집념’의 다른 표현 아닐까. 또 그 고집과 집념이 아니었던들 이런 리조트가 국내에, 그것도 두 개나 설 수 있었을지. 통영리조트가 그 답이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이라 개발허가를 받는 데 만 7년이 걸렸어요. 게다가 국립공원 내 숙박시설은 가족호텔로만 허가되는데 조건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완공 후 회원 모집 시 단 한 푼의 부채도 있어서는 안 돼요.” 8년간 250억 원을 이런 식으로 투자하기란 고집과 집념의 대명사인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리조트 마무리에 쏟은 지극한 정성이다. 리조트는 지난해 7월 완공됐다. 하지만 그는 만족 못했다. 그래서 내외부를 뜯어내 고치기 시작했다. 애초 구상대로 구현되지 않아서다. 그는 늘 말한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건축은 절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건축철학. 그게 곡선에 목을 매는 이유다.
그는 최근까지 장장 10개월간 현장에 머물며 ‘재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아치, 창틀, 정원석, 가구, 계단, 레스토랑, 스테인드글라스, 산책로…. 20여 년간 여행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켜 나갔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 그게 사르데냐(이탈리아 지중해의 리조트 섬)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사르데냐는 통영리조트의 모델 섬. 스페인과 북아프리카해안, 시칠리아 섬과 이탈리아반도에 둘러싸인 고급 휴양 섬이다. 그는 사르데냐의 건축을 이렇게 표현했다. 새 옷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입은 옷처럼 잘 맞아 어울리는 옷 같은 정감 있고 편안한 건물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가요. ‘건물 따로, 환경 따로’입니다. 거기서 저는 분개합니다. 그래서 반기를 든 겁니다. 이 통영리조트가 그 반발의 깃발입니다. 앞으로 바다리조트를 개발하려거든 이 통영리조트를, 산악형 리조트를 개발하려면 제천리조트부터 보고나서 검토하라고 감히 말합니다.”
○ 여행 정보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 ▽위치: 경남 통영시 미륵도 최남단(산양읍 미남리 산 120)의 통영수산과학관과 함께 있다. ▽찾아가기: 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나들목∼시내∼통영대교∼산양관광도로(지방도1021호선)∼통영수산과학관. 총연장 23km의 산양관광도로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며 찾아가는 길 또한 멋지다. ▽시설 △건축 스타일: 곡선미가 돋보이는 지중해풍 로맨틱 빌라.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의 해돋이와 해넘이가 두루 조망되는 산정에 자리 잡아 전망이 기막히다. △부대시설: 잔디가 깔린 바다조망 로맨틱가든, 이탈리아 전통 아궁이 피자를 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야외 풀, 전망대 등등. △이용: 가족호텔 회원만 가능. 회원 가입은 02-556-4988(회원사업부) ▽문의: www.es-resort.com 02-555-9994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