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무원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정부에서 제 돈을 돌려주기라도 합니까. 사실관계가 맞는지 확인했을 뿐 관련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남북경협의 공식 협력 창구인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남한 투자자들의 돈을 떼어먹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뒤 피해자 김모 씨(42·여)는 7일 이렇게 말했다.
▶본보 6일자 A14면 참조
개성공단 입주를 지원하는 단체인 ‘남북포럼’에서는 즉각 남북경협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담당부처인 통일부는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본보 기사에 나온 피해자가 누군지를 찾는 데만 신경을 썼다.
통일부는 피해자를 찾기 위해 단체에 문의하고 청와대 신문고 민원 내용을 확인하는 등 6일 오후 늦게까지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 민원을 냈을 때는 “누가 투자하라고 했느냐”고 무관심했던 정부 공무원이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하자 뒤늦게 피해자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연락이 닿은 김 씨에게 사실관계만 확인했을 뿐 피해보상 등 관련 대책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피해 사례를 파악하고 보상 지원 등 관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없어 즉각 신고센터를 개설하겠다고 한 남북포럼과는 상반된 대응 태도를 보였다.
남북포럼은 “정부의 직무유기로 대북 투자 기업의 피해가 사실상 방치돼 왔다. 남북경협 피해 사례를 공개해 남북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투자 보장, 상사분쟁절차 등이 담긴 4대 경협합의서를 북한이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앞으로 남북경협 피해 사례를 모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정부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적극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산 소라껍데기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받기로 하고 민경련 단둥지부 김모 부대표에게 계약금 15만 달러를 건넨 김 씨는 기사가 나간 뒤 김 부대표로부터 “돈을 되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김 부대표는 “중개업자들의 착오가 있었다. 물건을 못 보낸 만큼 계약금은 되돌려주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기구만 믿다가 피해를 보는 남한 투자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북측에 투자를 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활발하게 추진해온 남북경협사업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놓고 걸핏하면 남한을 위협하는 마당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보장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황형준 사회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