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세계적 권위자 제임스 뱅크스 교수
“공동체 안정위해 다양성 교육 필요”
“미국의 9·11테러를 보십시오. 점차 다문화사회가 돼가는 한국도 다른 민족을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위험한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문화교육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제임스 뱅크스 워싱턴대 교수는 한국다문화교육학회가 9, 10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에서 ‘세계화, 다문화 사회, 그리고 교육’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세미나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뱅크스 교수는 ‘순수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경고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양성이 좀 더 존중된다면 미국의 9·11테러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세계화 시대에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통일성만큼이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문화사회로의 흐름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며 “학생들이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배우고 세계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문화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통합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효과적이었지만 세계화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영웅을 찬양하고 존경하도록 강요했던 교과서 내용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며 “다문화사회 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뱅크스 교수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관심을 보이며 “소수민족 집단과 주류집단의 학업 성취도 수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같이 교육열이 높은 사회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수민족 집단의 아이들이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학업 성취도 격차를 줄여나가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다문화교육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뱅크스 교수를 다문화교육 연구로 이끈 것은 흑인으로서의 경험이었다. “어린 시절 흑인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 아칸소 주에서 자랐습니다. 인종 분리 제도 때문에 책을 읽고 싶어도 공공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었지요.” 흑인인권운동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후 흑인인권운동이 타민족을 모두 포함한 다문화 연구로 이어지면서 뱅크스 교수도 자연스럽게 다문화 연구를 하게 됐다. 여기에 초등학교 교사로서의 경험이 더해져 다문화사회에서의 교육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됐다.
뱅크스 교수는 현재 미국 워싱턴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문화교육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교육학회(AERA)와 미국사회교육협회(NCSS) 회장을 역임하고 저서 ‘문화적 다양성과 교육’ ‘다문화교육개론’ 등과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해 학문적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