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흐느끼는 듯 했다. 그리곤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경남 FC가 같은 도민구단인 강원 FC를 상대로 그토록 목말라하던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이제 겨우 1승인데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경남은 10일 이전까지 올 시즌 11경기(컵대회 포함)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최근 5연패 포함 6무5패. K리그 순위는 당연히 최하위.
그런 탓에 마수걸이 승을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다. 지난 달 서포터스는 라커룸에 들어가 1승을 기원하는 화려한 장식을 해놓았다.
풍선도 달고, 플래카드도 붙이고, 다양한 문구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프런트는 라커룸에서 고사도 지냈다.
가장 속이 탔을 조광래 감독은 첫 승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전하며 사재 2000만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간절함도 승리를 부르진 못했다.
지난 해 주전으로 뛴 선수가 겨우 3명 남았을 정도로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경험 부족은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났다.
공격에서는 마무리가 부족했고, 수비에서는 막판 경기 운영이 문제였다. “경기는 그런대로 괜찮은데…”라는 조 감독의 안타까움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경기 전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패스나 드리블 등을 자연스럽게 해라”라고 당부했다.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다.
한가지 더. 골키퍼 김병지의 출전이 눈에 띄었다.
지난 달 22일 부산전에서 왼 손가락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았던 김병지는 이날 감독에게 출장을 요청했다.
이달 말이나 가능했을 출전 시기를 보름 이상 앞당긴 것은 어려운 팀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는 이날 결정적인 2번의 선방으로 팀을 구해냈다.
이런 하나 된 마음으로 경남은 12경기 만에 첫 승을 챙겼다.
조 감독은 “목말라하던 첫 승을 거둬 기쁘다. 모든 선수들이 수훈 선수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차츰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단단한 팀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창원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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