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하나로드림‘명칭 신경전’에 고객들만 혼란
“‘하나로드림’이랑 ‘SK브로드밴드’랑 다른 회사인가요?” 최근 SK브로드밴드 콜센터(106번)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 중 이런 질문을 하는 고객이 적지 않습니다. 4년 전 하나로텔레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기자의 지인도 그런 고객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요금 청구서 봉투가 하나로텔레콤에서 SK브로드밴드로 바뀐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가입한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3월 SK텔레콤에 합병됐고, 6개월 후 이 조직은 SK브로드밴드로 새로 태어난 셈이죠.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여전히 ‘하나로’라는 이름이 살아 있는 포털 ‘하나포스닷컴’ 이벤트 관련 e메일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마치 별개의 회사에 중복 가입된 것 같은 느낌에 그는 결국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상담원의 대답은 “어떻게 보면 같고, 어떻게 보면 아니기도 하고…”였습니다. 하나포스닷컴을 운영하는 하나로드림은 과거 하나로텔레콤 계열사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합병한 뒤에도 지금까지 ‘브로드밴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자회사 4곳 중 유일하게 사명을 바꾸지 않은 곳인 셈이죠. 이 때문인지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내 ‘자회사 소개’ 메뉴에도 빠져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회사는 ‘브로드밴드 D&M’ ‘브로드밴드 미디어’ ‘브로드밴드 CS’ 등 총 3개뿐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로드림은 왜 이름을 바꾸지 않는 걸까요. “‘하나포스닷컴’이 고객에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 사명 및 도메인을 바꾸면 고객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 하나로드림의 주장입니다. SK브로드밴드 쪽도 “하나로드림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다”며 급하게 바꿀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현재 하나로드림의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주식은 딱 1주 차이로, 지분은 똑같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36.0%). 1대 주주인 SK브로드밴드는 46만 주, 2대 주주는 투자회사 ‘인디스앤’의 방준혁 대표(전 CJ인터넷 사장)로 45만9999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넷마블’ 창업자이기도 했던 방 대표는 현 하나로드림의 김남영 사장과 과거 CJ인터넷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이기도 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묘한 신경전이 일어나는 것은 예견된 일일지 모릅니다. SK브로드밴드는 하나로드림이 자회사로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는 ‘리텐션(Retention·고객 이탈 방지) 사업’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반면, 하나로드림은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하나포스닷컴’을 포털업계에 자리매김하고 싶어 합니다. 하나로드림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결합상품, 게임업체들과의 협력 제휴, 동영상 사업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주식 1주 차이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모회사의 경영방침과 자회사의 독립적 사업 의지가 충돌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꼴이 돼버렸습니다.
그나마 얼마 전 하나로드림의 ‘브로드밴드’ 계열 이름 변경 계획 소식이 들렸습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겠죠. ‘개그콘서트’의 코너 ‘같기도’ 같은 상담원의 대답에 내켜할 고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업이든 경영이든 뭐든지 확실한 게 좋은 거 아닐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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