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하나뿐인 지구-제비 돌아오다’ 오늘 방영
요즘은 농촌에서도 제비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만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에서는 제비가 둥지를 튼 집이 120여 가구 중 80여 가구나 된다. 다산면은 봄마다 찾아오는 제비가 많아 ‘제비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BS는 제비의 생태와 다산면 사람들의 제비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제비, 돌아오다’(사진)편을 14일 오후 11시 10분 방영한다.
다산면에서는 암컷 제비가 먹이를 물어 나르거나 수컷 제비가 경계를 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다산면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달성습지가 펼쳐져 있어 제비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습지와 물을 댄 논에는 물벌레, 투구새우, 물자라 등 곤충들이 많이 살아 제비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제비는 논 가장자리의 젖은 흙이나 지푸라기 등을 집짓는 재료로 활용한다. 제비가 집을 지으려면 4∼5일가량이 걸린다. 하루 평균 300회, 모두 1400회가량을 비행해야 집 하나를 지을 수 있다. 마을의 어느 오래된 집에 둥지를 튼 제비 부부의 집엔 큰 구멍이 2개 나있었다. 제비 한 쌍이 부지런히 움직이더니 반나절 후엔 구멍 뚫린 집이 말끔하게 고쳐졌다.
제작진은 제비가 알을 품고 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제비 둥지에서는 다섯 개의 제비알 중 네 개가 부화에 성공했다. 다산면 사람들의 제비사랑은 각별하다. 마을 사람들은 제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고 제비가 집을 지으면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다산면의 한 카센터 천막 귀퉁이에 있는 제비집은 18년이 됐다. 카센터 주인 정창국 씨는 둥지 아래에 스티로폼을 받치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등 새로 태어날 새끼와 제비 부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쏟는다. 호촌리에서 농사를 짓는 임귀호 씨는 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오지 않던 제비가 4일 돌아왔다며 가족처럼 반긴다.
연출 김채원 PD는 “제비는 들고양이, 구렁이 등 천적을 피해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둥지를 틀어 전통적으로 사람과 친근한 새지만 농약을 사용하면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지렁이나 곤충들이 사라져 가고 아파트나 콘크리트 건물로 가옥구조가 변화면서 살 곳을 잃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