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지역별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부분적으로 공개된 데 이어 내년부터는 학교별 학업성취도와 진학률이 모두 공개된다. 서울에선 고교선택제 시행이 예고돼 있다. 내주 발표될 학교자율화 방안은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가 움켜쥐었던 각종 규제를 줄이고 교육관련 권한을 일선 학교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과 역량이 기업 사활에 결정적 역할을 하듯, 학교장이 어떤 교육철학과 비전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느냐에 학교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 대과(大過)없이 임기만 채우면 되던 학교장들이 갑자기 몰아닥치게 될 교육개혁 쓰나미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교장에게 학교를 개혁할 최소한의 권한도 주지 않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라는 것은 병사들에게 무기도 주지 않고 전장에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에겐 승진과 급여로 보상해주고 무능하고 나태한 교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인사권을 교장이 가져야 한다.
우선 허울뿐인 교원성과급제를 손질해야 한다. 교원성과급제는 교사 간 생산적 경쟁을 유도해 교육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본질이 실종되고 교직사회의 갈등을 키우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최대 98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 성과급을 모두 모아서 n분의 1로 나누거나 근무연한에 따라 돌아가며 최고 등급을 받는 식으로 성과급제를 무력화시키려 한다. 더욱이 지금은 성과급을 학교에 일괄 지급해 교원성과급심의위원회에서 배분토록 하고 있으나 성과급 총액부터 학교에 따라 차등 배분해 교사들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학교자율화가 추진되면 교장들은 우수교사를 20%까지 초빙하고 과목별 수업시수(時數)를 20% 증감하는 재량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장이 우수한 교사를 데려오거나 능력 없는 교사를 내보내려 해도 교사 5년 순환근무제에 묶여 꼼짝할 수 없다. 우수한 교사, 평판 좋은 교사는 승진 인센티브를 주어서 데려오고 무능한 교사는 5년을 채우지 못해도 내보낼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국회통과가 무산된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의 학력을 높여주기 위해 성실하게 연구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만 한국 교육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