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피아노 연주회 도중 줄 끊어지면 어떻게?
피아노 연주회 도중에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요?(이화인 씨·28·서울 마포구 합정동)
A: 200번에 한 번꼴 ‘뚝’… 연주하던 곡 끝낸뒤 교체하기도
1일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 씨(40)가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하던 중 피아노 줄이 끊어졌습니다. 한국인 연주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거의 없지만 피아노 건반을 강하게 두드리는 러시아 등 외국 연주자들에게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날 그는 첫 곡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5분쯤 연주하다가 갑자기 일어나 피아노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관객들은 의아해했지요. 그는 ‘G음(솔)’ 줄이 끊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걷어낸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피아노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씨(68)는 1994년 첫 내한공연 때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악장을 반주하다가 피아노 줄을 끊었습니다. 이런 일은 남성 연주자들에게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일은 지금도 국내 공연계에서 회자됩니다.
연주 도중 피아노의 페달이 고장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스타니슬라프 부닌 씨의 1989년 첫 내한공연 때입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1부 연주를 마친 뒤 부닌 씨는 “페달이 망가졌다”며 수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는 페달을 쿵쾅대며 밟는 것으로 소문난 연주자입니다.
피아노 내부에는 200개가 넘는 줄이 있습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다르지만 줄 하나가 70∼300kg의 장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 줄은 강한 장력을 지닌 특수강으로 만듭니다.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건반에 달린 작은 망치가 피아노 줄을 때려 소리를 냅니다. 건반마다 줄이 1∼3개가 달려 있는데 세 개짜리는 하나가 끊어져도 소리는 납니다. 예술의 전당의 조율사 이종율 씨는 “줄 3개 중 한 개가 끊어지면 관객이 눈치 채기 어려우나 두 개가 끊어지면 소리가 빈약해지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개가 끊어져 소리에 지장이 없더라도 끊어진 줄이 내부에 남아 있으면 잡음이 납니다. 앞에서 말한 베레좁스키 씨가 줄을 걷어낸 것도 이 때문이죠. 이날 쇼팽의 곡이 끝나자마자 조율사 이 씨가 줄을 바꿨습니다.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15분 정도 이를 지켜봤습니다. 이 씨는 “피아노 줄은 육안으로 봐서 끊어질지 아닐지를 알 수 없으나 200번 연주하면 한 번 정도 끊어진다는 통계가 있다”며 “돌발 상황에 대비해 피아노 연주가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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