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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의 호빗족=인류사촌?

입력 | 2009-05-15 02:56:00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스’의 두개골(왼쪽) 크기는 현생 인류의 3분의 1 수준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난쟁이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스’ 상상도. 동아일보자료사진


美“印尼소인족, 발가락 모양 달라 다른 종”

英“섬환경 적응 탓… 인류와 조상 같을수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소인(小人)들이 나온다. ‘호빗’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키가 작은 걸 제외하고는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

과거 지구에도 호빗 같은 난쟁이 인류가 존재했다.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화석이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스’다. 이 난쟁이 인류가 현생 인류인 우리와 사촌인지 전혀 다른 종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두 논문이 과학학술지 ‘네이처’ 7일자에 나란히 실렸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윌리엄 융거스 교수팀은 플로레시엔스 화석의 다리와 발을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와 분명한 차이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플로레시엔스는 넓적다리뼈의 길이 대 발 크기(196mm) 비율이 0.7로 0.5 정도인 현생 인류보다 컸다. 또 플로레시엔스는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에 비해 매우 짧고 발가락 끝부분이 휘어 있었다.

융거스 교수는 “이런 특징은 호모 플로레시엔스가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원시인류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70만 년 전부터 살았던 현생 인류의 조상이다. 결국 난쟁이 인류는 현생 인류와 다른 종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영국런던자연사박물관 엘리너 웨스턴 박사팀은 플로레시엔스가 호모 에렉투스와 비슷한 종이라고 주장했다. 웨스턴 박사팀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 살다 멸종된 하마의 두개골을 육지에서 살았던 하마와 비교했다. 그 결과 섬 하마의 뇌가 육지 하마보다 30% 이상 작았다. 두 하마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 박사는 “뇌는 생물의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장기 중 하나”라며 “섬 하마가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몸을 줄이는 과정에서 뇌도 같이 작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스도 환경 때문에 단지 몸집이 작아졌을 뿐 호모 에렉투스와 유사한 종이라는 얘기다. 플로레시엔스는 성인이 됐을 때 키 1m, 몸무게 30kg에 불과했다. 뇌의 부피는 현생 인류의 30% 수준인 417cm³.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화석 가운데 가장 작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호모 플로레시엔스가 발뿐 아니라 손목뼈도 현생 인류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지만 다른 유골이 발견돼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현생 인류와의 관계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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