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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대한생명

입력 | 2009-05-16 02:54:00

대한생명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으로 장식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한생명 63빌딩 사옥. 사진 제공 대한생명


고객에겐 情, 직장에선 가족애… 똘똘 뭉친 63년

6·25전쟁 오일쇼크 외환위기…공격 경영으로 정면돌파
재해 현장 달려가 봉사 앞장

‘한강의 기적’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기업이 있다. 1946년 9월 9일 국내 최초의 토종 생명보험사로 설립된 대한생명이다. 1985년 준공한 63빌딩은 대한생명의 사옥이기 이전에 19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였다. 강남과 목동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 한국 최고(最高) 빌딩이라는 자리를 내줬지만 63빌딩은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이다.

63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생명은 6·25전쟁부터 외환위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시련을 고스란히 겪었다. 고비마다 특유의 ‘오뚝이 정신’으로 역경을 헤쳐 왔다. 대한생명 측은 장수(長壽) 기업이 된 비결로 ‘정(情)으로 뭉친 기업문화’를 꼽는다. 정이 깊고 우애가 돈독한 가족이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대한생명 임직원들도 어려울 때마다 똘똘 뭉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기 뒤에 온 기회를 잡다

대한생명은 광복 직후 당시 재계 중진인 강익하 씨가 토종 보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설립한 생명보험사다. 대한생명이라는 사명(社名)은 광복 당시 동포들이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에서 유래한다. 광복의 기쁨을 함축한 이름이 좋겠다는 뜻에 따라 지어진 사명이다. ‘계약자의 복리를 도모하고 근면, 성실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창립 이념에서 기업보국(企業保國)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한생명은 창립 후 4년이 지난 뒤 6·25전쟁을 경험했다. 첫 번째 시련이다. 전쟁으로 몇 년간 쌓아온 성과가 원점으로 되돌아갔지만 실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휴전 1년 후인 1954년 11월에 영업을 시작하면서 자본금을 종전의 30배인 300만 환으로 늘렸다.

두 번째 위기는 국제 석유가격이 급등한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 찾아왔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가 위축됐고 생계가 곤란해진 가정이 늘면서 신규 계약건수가 줄었다. 이때 대한생명은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쳤다. 사망보험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객을 찾아다닌 결과 1979년 11월에 보유계약액 1조 원을 달성했다.

창립 이래 최대의 고비는 1997년 말 외환위기였다. 전임 경영진이 구속되고 정부의 경영관리 명령과 공적자금 투입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2위 자리도 빼앗겼다. 하지만 최초의 토종 보험사로 50년을 이어온 저력은 위기 때 더욱 빛이 났다. 직원들은 고객을 찾아다니며 해약을 하지 않도록 끈질기게 설득했고 조직을 재정비해 영업을 강화했다. 2002년 한화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2003년에 2위 자리를 되찾았고 지난해에는 총자산 50조 원을 돌파했다.

고객과 함께한 63년

2002년 8월 강원 강릉시는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하룻밤 사이에 890mm라는 폭우가 쏟아졌다. 강릉의 일부 지역 주택은 물이 차올라 시민들이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생명 강릉지점 직원들은 이날 밤 10시에 회사로 나와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시민들에게 사옥 10층 강당과 사무실을 제공했다.

그때 강릉지점에 근무했던 배재현 대리는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지점장과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시민들을 도운 것”이라며 “본사에서도 40여 명이 급파돼 보름간 수해복구 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큰 재해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고객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보험사 특성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고객과의 끈끈한 정을 중시하는 기업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한생명은 1994년 고객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실천하자는 ‘한가족 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고객의 직장이나 가정을 방문해 보험업무 처리를 대신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처음 실시한 것도 대한생명이었다.

대한생명이 지난해 새로 정한 슬로건인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은 고객과 함께한 대한생명 63년 역사를 잘 함축하고 있다. 대한생명 신은철 부회장은 “이 슬로건은 고객의 행복한 삶과 소중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대한생명이 최선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 약사(略史)

―1946년 국내 최초 생명보험사로 출범

―1960년 숭례문 사옥 준공

―1979년 보유계약액 1조 원 달성

―1985년 대한생명 63빌딩 준공

―2002년 한화그룹으로 편입

―2006년 수입보험료 10조 원 돌파

―2008년 총자산 50조 원 돌파. 브랜드경영 본격 시작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