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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창무]위기를 기회로 만든 수출中企들

입력 | 2009-05-16 02:54:00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활짝 피었던 꽃이 지고, 때로는 한여름 날씨 같은 더위가 찾아온다. 겨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더니 더위가 더 일찍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계절은 이렇게 변하건만 우리 기업은 아직도 세계 경제위기가 초래한 한파 속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다. 신속하고도 정확한 경기대응 노력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가 외국의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로부터 들려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려운 시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일이다. 지난 몇 개월간 전국을 돌면서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수출중소기업인을 찾아봤다.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줄고 자금 압박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세계 경제침체 상황에도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매출규모를 늘려나가거나 혹은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울산 소재 중소기업의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에만 납품하다가 경제위기 이후 매출이 줄자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외국 업체에 납품하면서 24시간을 가동해도 모자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및 국내 납품 경험을 통해 얻은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거래처를 물색하여 좋은 성과를 이룬 셈이다.

광주 소재 열수축성 튜브 제조업체는 가전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전반적인 매출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일은 가능하다고 보고 환율상승으로 확보한 경쟁여력을 수출단가에 반영하고 외상거래를 허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다. 다음은 이번의 경제위기를 기업의 내실을 다짐으로써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경남 소재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방문했을 때 사장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작년까지는 매출액이 해마다 30∼40% 성장하면서 주문받고 생산해서 납품하기에 급급해 회사의 경영 상황이나 공장 가동 상황을 살펴볼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금년에 주문이 줄면서 가동률이 작년의 60% 수준으로 떨어지니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회사 운영 실태와 작업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됐다고 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런 부분을 혁신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매출이 줄고 자금 상황이 악화됐다고 낙담하지 않고 기회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매우 보기 좋았다.

어려움에 처한 수출중소기업을 위로하고 도움을 줄 길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방문했지만 오히려 내가 고무되고 희망을 얻게 됐다. 그렇게 건강한 우리 기업이 전국 각처에 많이 있다. 이제 수출도 슬슬 활력을 되찾고 경제가 나아질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춥고 긴 겨울 동안 더욱 강해지고 현명해진 우리 수출기업이 경제위기 이후 세계시장에서 더 큰 활약을 하리라 확신한다.

유창무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