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뿐 아니라 전국의 산을 다니다 보면 등산로 정비 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된다. 친환경이란 이름 아래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등산로에 세금을 쏟아 붓는다. 문제는 자연 친화적이라는 시설물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거나 등산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곳에 계단을 설치하거나 굴곡진 부분에 ‘데크’라는 널빤지로 다리를 놓는다. 어느 곳은 산봉우리 위에까지 깔아 놓았다.
산길에서 만나는 계단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내려갈 때 한눈팔다가는 넘어져 다치기 십상이고 무릎 관절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등산객은 계단을 피해서 옆으로 다니거나 샛길을 만들어 다닌다. 그러자 당국에서는 계단 옆에다 기둥을 묻고 로프를 매달아 통제하려고 한다. 구릉지와 계곡엔 결코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석(조경석)과 석축, 심지어는 콘크리트 옹벽으로 이질감을 주고 수초와 물고기의 생장에 지장을 준다.
그럴 예산이 있다면 산길에 뿌리를 드러내고 죽어가는 나무에 흙을 덮어주자.
이종호 서울 노원구 공릉동·21세기산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