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완의 작품들/이자벨 밀레 지음·신성림 옮김/304쪽·1만4000원·마음산책
미켈란젤로가 남긴 조각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완성이다. 그가 남긴 미완성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조각이 노예상이다. 당초 열두 명의 노예를 조각하려던 미켈란젤로는 ‘죽어가는 노예’ 등 다섯 점만 미완성으로 남겼다. 이 노예상들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제작과정을 잘 보여준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할 때 모든 방향에서 하는 대신 앞에서 뒤쪽으로 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미완성 작품은 완성된 작품보다 제작과정의 비밀을 더 많이 드러낸다”고 말한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품은 그의 생애 내내 반복됐던 작품 주문 명령과 취소 명령, 의무와 빚, 계약과 속박의 역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교황 율리우스2세는 미켈란젤로를 로마로 불러들여 시스티나 성당의 둥근 천장화를 떠맡겼다가 4년 후 갑자기 중단시켰다. 1530년경 메디치가의 측근 바초 발로리를 위해 작업을 시작한 ‘아폴론’상은 발로리가 로마니아의 총독으로 임명되면서 중단해야 했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부터 발자크의 소설 ‘인간 희극’,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미완성 작품 11점을 둘러싼 배경과 의미를 다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