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방송인들이 ‘방송개혁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방송 개혁과 공정성 회복을 촉구하는 활동에 나섰다. 그제 출범식에서 이들은 ‘방송장악 충격보고서’를 내놓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에 걸쳐 직접 체험했던 일을 증언한 내부 고발이다. 김대중 정권 때 대표적인 이념 프로그램이었던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원래 12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정규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김일성 항일 무장투쟁’과 해방 공간의 현대사를 좌(左)편향 시각에서 다뤄 반미(反美)감정을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시청률을 10%로 잡고 방송 시간(연 평균 12회)을 합산하면 해마다 480만 명의 시청자가 720분씩 ‘불온한 사상 교육’을 받았다.
▷2000년 KBS는 ‘긴급입수 탈북난민 7인의 증언 공개’를 ‘일요스페셜’ 시간에 내보내기로 하고 예고방송을 했다. 북한의 참상에 대한 탈북자 증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방송이 취소됐다. 북한 눈치 보기였다. 요즘 방송사 노조는 ‘이명박 정부가 방송 장악에 나서고 있다’며 걸핏하면 거리로 나서지만 이때 노조는 조용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KBS 9시 뉴스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7월부터 10월까지 101건이나 다루며 ‘융단 폭격’을 했다. 나중에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대업 씨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사실인 것처럼 몰고 갔다. 1997년 대선 때 같은 사안을 19건 다룬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많았다. 노 정권이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은 개혁 프로로 위장한 ‘미디어포커스’ ‘인물 현대사’ 등으로 좌편향 방송의 포문을 열었다. ‘서울 1945’(KBS)와 ‘신돈’(MBC) 같은 드라마까지도 대한민국 건국 세력을 질타하고 보수 세력을 수구 부패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데 이용했다.
▷이런 좌편향 보도는 사실상 노조가 주도하다시피 했다. 노 정권 시절은 방송 노조 탄생 이후 유일하게 파업을 안 했던 시기라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10년 동안 KBS MBC는 이념 선동의 나팔수였으며 노조는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대였다’라고 썼다. 국민의 가치관을 심각하게 오도한 방송의 뿌리를 걷어내는 데 국가와 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