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에 무려 26조 원에 이르는 시중 자금이 몰렸다.
15일 대표 주간사회사인 대우증권에 따르면 13일부터 이틀간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청약을 진행한 결과 6816만 주 모집에 24억9824만 주가 몰렸다. 대우증권의 청약경쟁률이 43.7 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다른 공동 주간회사에서도 30∼4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증거금은 25조8568억 원. 역대 최대 수준인 2007년 삼성카드 기업공개(IPO) 때 몰린 12조4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같은 하이닉스 청약 열풍은 800조 원으로 추정되는 단기 부동자금의 쏠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현재 하이닉스 주가보다 낮은 주당 1만350원이다. 유상증자한 주식이 상장되는 29일까지 하이닉스의 현재 주가(1만3300원)가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이 30%에 가까운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돼 자금이 몰린 것이다.
유상증자뿐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기업공개(IPO) 시장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발행한 대우자동차판매와 금호타이어의 BW 공모에 각각 4조 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최근 상장한 공모주마다 상장 직후 연거푸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최고 수백 대 1을 나타내고 있다. 15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뉴그리드테크놀로지의 최종 청약 경쟁률은 1061.7 대 1에 달했다. 대우증권 CM부 김종우 부장은 “시중 금리가 3%대에 머무는 반면 BW, 공모주 투자는 단기에 고수익을 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지나친 믿음이 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