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질문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걸 선사하려 한다.”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분단국가의 청년들이 경험하는 소통과 화해(‘공동경비구역 JSA’), 윤회하는 복수(‘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 금기로 받아들여져온 이야기들에 도전해 왔다.
그리고 그 도전 속에서 폭력과 피, 섹스와 근친상간의 “자극적” 묘사는 필수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관객의 질문”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설정이자 장면이자 표현방식일 뿐이었다.
그는 “관객이 질문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영화적 목적이고 이를 위해 “자극적인 것을 선사하려 한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박쥐’로 2004년 ‘올드보이’에 이어 다시 한 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관객을 만나는 박찬욱 감독은 16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영화에 깔린 정서적 의도를 밝혔다.
그는 “자극적이지 않으면 (관객이)질문을 회피하고 잃어버린다”면서 “그래서 때론 폭력적이고 때론 섹슈얼한 장면을 만든다. 금기를 넘어서려면 그런 설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극적인 건 방법일 뿐이다. (내 영화가)고상한 예술이 안되는 것도 좋다”며 “자극적인 걸 선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박쥐’ 등 자신의 영화가 한국 관객보다는 해외 관객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난 뼛속 깊이 한국 사람이다”면서 “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다른 곳에서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고 일축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를 통해 뱀파이어가 된 채 친구의 아내(김옥빈)를 사랑하게 되면서 신앙과 욕망에 휘둘림당하는 신부의 갈등과 고통을 그려냈다.
한편 ‘박쥐’는 국내 관객들의 논란 속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발간되는 해외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어티와 프랑스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는 다소 부정적 평가를,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호평을 내놓았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화보]‘세계 영화 만남의 장’ 제 62회 칸영화제 개막
[관련기사]송강호 “수상 기대?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관련기사]배두나 인터뷰 “노출 연기? 이젠 두렵지 않다”
[관련기사]‘박쥐’ 김해숙 “칸 레드카펫, 눈물겹게 감격”
[관련기사]박찬욱·타란티노의 인연..‘박쥐’ 8분 기립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