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드 4회 수상… 美 명문대-서울대 동시합격… ‘과학영재’의 비결은…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과학도
그렇게 공부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한국화학올림피아드 은상, 중3 때 한국물리올림피아드 은상, 고1 때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금상,
한국생물올림피아드 금상 수상. 보통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올림피아드 네 종목에서 수상한 조민형 씨(18).
그는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 브라운대와 서울대 생명과학과에 합격했다.
그에게서 ‘문제집은 몇 번 풀고, 오답노트는 어떻게 정리하라’는 공부 노하우는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발전시켜 진짜 ‘영재’가 된 내적, 외적 요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하고픈 일 하되 결과 보여라”…‘NO’한적 없는 부모님 덕에
생물 화학 음악 도예 등 관심분야 파고들어
1000페이지 일반 생물학-화학 읽으며 올림피아드도 독학
○ 영재를 키운 ‘네 뜻대로 해라’ 교육법
“부모님께서는 ‘무엇을 해라, 하지 말아라’라고 강요한 적이 없으세요. ‘뭐든 시도해보는 것은 좋다. 다만 무엇을 하든지 결과나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조 씨는 스스로를 ‘행동파’라고 말했다. 관심이 있는 것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조 씨의 성향은 그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반대하지 않았던 부모의 교육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곤충과 식물에 푹 빠져 있던 어린 시절, 하루는 조 씨가 나비와 메뚜기 수십 마리를 잡아왔다. 실수로 채집 상자의 문이 열려 온 집 안에 나비가 날고, 메뚜기가 뛰어 다녔지만 조 씨는 꾸지람을 듣지 않았다.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다. 조심하라”고 타이른 것이 전부였다.
중3 때 조 씨가 영재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 살았던 가족은 조 씨가 홀로 부산에 있는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부모는 처음에 “서울에도 과학고가 있는데 왜 굳이 영재학교에 가야 하느냐”며 반대했지만 “커리큘럼이 나와 맞는다”고 주장한 조 씨의 선택에 손을 들었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겠다니 주변 사람들이 부모님께 ‘왜 의대를 보내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가 봐요. 부모님께서는 ‘스스로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네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제 뜻을 존중하셨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더 신중히 선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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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재는 스스로 ‘시험+실험’ 한다
“초등 2학년 때 교장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께서 생물을 좋아하는 제게 ‘실험세트’를 사주셨어요.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노는 대신 화학실험을 했어요.”
조 씨는 실험을 하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할아버지가 선물한 알코올램프, 비커로 ‘물질의 산성과 염기성’을 판단하는 실험을 시작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보라색 양배추를 물에 끓여 추출한 보라색 물을 레몬주스나 비눗물에 섞어봤다. 산성과 만나면 빨간색으로 변하고 염기성에 반응하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보며 과학에 재미를 느꼈다.
그에게 올림피아드는 좋아하는 분야를 얼마나 잘하는지 자신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대충’ 공부하는 법은 없었다.
“올림피아드를 위해 사교육을 받진 않았어요. 그대신 1000쪽 가까운 ‘일반 생물학’ ‘일반 화학’ 책을 읽으며 공부했어요.”
조 씨가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최신유전학’ 책에는 페이지 중간 중간 색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중요유형’과 조 씨가 만든 예상 문제가 적혀 있었다. 그 밑에는 ‘이 문제는 아래 내용만 기억하면 된다’고 쓰고 간략한 요점정리를 덧붙였다. 혼자 책을 읽다 모르는 부분은 학교 선생님, 교수를 찾아가 일대일로 질문하며 토론을 벌였다.
“저는 학원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러 명이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못해 답답한 적이 많았거든요. 남들 눈치 보며 궁금한 걸 묻지 못하면 수업 끝나고 반드시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 영재는 영역을 넘나든다
과학 외에 조 씨의 관심 분야는 ‘미술’과 ‘음악’이다. 조 씨는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다양한 분야에 견문을 넓혔다. 이런 적극성이 미국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내 미술동아리에선 ‘클럽장’으로 활동했다. 틈틈이 그린 미술작품, 공예품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디자인한 작품으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사진동아리와 협력해 사진부 학생들이 찍은 인물사진 3240장을 모아 높이 4m 정도의 아인슈타인 얼굴작품을 기획했다.
“고2 땐 합창 수업을 함께 들었던 12명의 친구와 뮤지컬 ‘가스펠’을 공연했어요. 좋아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조 씨는 평소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빚으며 느꼈던 생각을 연구하고 싶은 분야와 접목해 에세이(그래픽 참조)에 풀어냈다. 도자기를 빚을 때 손힘의 세기, 다듬는 방향에 따라 그릇의 모양이 달라지듯이 앞으로 어떤 학문을 연구하며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킬 것인지 설명했다.
“도예는 흙을 다루는 예술이에요. 흙의 성질과 구조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흙은 사람과도 닮았어요. 차갑게 하면 딱딱하게 굳고, 너무 따뜻하면 무르는 성질. 인간과 비슷하지 않나요”
조 씨는 앞으로 ‘발생생물학’을 연구하고 싶단다. 독일 생물학자이자 철학자, 의사, 교수, 화가였던 에른스트 헤켈이 그의 롤 모델이다. 조 씨는 100여 종의 해양 생물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그려 출판한 헤켈의 책을 처음 본 중2 때부터 이 꿈을 키워왔다.
“이 과학자를 볼 때마다 제가 가진 재능과 생물, 예술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지혜롭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미국 대학 지원 시 제출한 에세이 일부▼
Clay is not an easy material to work with; it’s a substance that needs specific skills and proper attention to be handled correctly. It is a really sensitive material. When there’s low moisture, it breaks, cracks, and even splits into several parts.
On the other hand, if there is excessive moisture, making the form I want becomes much harder, and what is worse, completed works deform easily. Moreover, the moisture level in the atmosphere, the temperature, and even sunlight levels can affect clay in significant ways. Because of this, there had been many times when my masterpieces went to waste.
In one day, I realized that clay can also be compared to the characteristics of human beings. For example, making a good social relationship is just as same as handling the clay; if a person shows a ‘dry’ and harsh attitude, people may cut off the relationship from him and finally maroon him on the outside of society; on the other hand, if a person acts like ‘water’ by showing excessive kindness and benevolence, although at first he may seem attractive, he will eventually collapse and fall into abyss of ener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