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습관은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 상담 의뢰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자연계 학생입니다. 주요 과목 내신 성적은 2.1등급 정도입니다. 문제는 모의고사 수리영역 성적입니다. 다른 영역에 비해 수리영역 점수가 매우 낮습니다. 모의고사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시 준비도 병행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논술 준비를 하려니 마음이 불안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와 논술 준비에 대한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학년 때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1학년 때보다 더 떨어져 자신감도 많이 잃었습니다.
# 상황 분석
A 군은 수도권 내에 있는 상위권 대학의 수시 전형에 지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A 군의 경우 수학, 과학과 관련된 별다른 수상실적이 없는 데다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에 지원하기에는 내신 성적이 비교적 높지 않아 논술 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
A 군은 수리, 과학 논술 준비에 매주 3∼4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하지만 A 군은 논술 준비를 하면서도 ‘이 시간에 수능 수리영역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논술 전형의 경우 경쟁이 매우 치열해 괜히 시간낭비만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 군의 주요 과목 내신 성적은 고1 때 1.8등급, 고2 때 2.6등급이었다. 4월 모의고사 결과는 상위 백분위가 약 6%대였다.
하지만 여러 단원이 통합된 형태의 문제나 난도가 높은 문제가 다수 출제되는 수리 ‘가’형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A 군의 성적은 6%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또 수능 당일엔 상위권 재수생들이 대거 응시하기 때문에 A 군의 현재 성적은 상위권 대학의 문을 두드리기엔 불안한 감이 있었다.
반면 A 군은 외국어 성적이 매우 좋은 편이다. 공인외국어 성적으로는 토익 910점의 성적이 있다. 현재 A 군의 성적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봤다.
# 확인 및 점검
A 군은 자신의 강점인 외국어영역 성적을 수시 지원에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높은 영어 실력만으로 합격 가능한 상위권 대학이 있는지도 A 군은 알고 싶어 했다.
먼저 A 군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살펴봤다. A 군은 수리와 과학탐구영역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나 논술 문제에 부딪히면 접근 방법을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영역은 기본기가 탄탄해 수업 시간 이외에는 별도로 공부하지 않는다.
# 상담 과정
먼저 2학년 때 등급이 떨어진 이유를 A 군에게 설명했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학습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군의 성적 하락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1학년의 전체 인원이 2학년이 되면서 인문계와 자연계로 분리돼 인원수가 줄어들었단 점이다. 인원수가 줄면 좋은 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두 번째 이유는 수학과 과학의 학습량이 2학년 때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A 군에게 두 요인을 미리 파악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공부했다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A 군의 잘못된 학습습관을 함께 점검했다. A 군은 수리영역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무조건 난도 높은 문제 위주로 공부하고 있었다. A 군에게 자기 수준보다 약간 어려운 난도의 문제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풀도록 제안했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바로 해답지를 봐서도 안 된다.
모든 문제를 이런 방법으로 풀 수는 없으므로 현재 학교 진도에 맞춰 단원별로 핵심 문제만 몇 개 골라 천천히 생각하며 풀 것을 권했다. 각 단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나 증명, 그래프 등을 문제와 연결해 생각하는 연습도 꾸준히 하도록 했다.
A 군에게 현재 학습 방법이 8월 이후부터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공부를 소홀히 하면 감을 잃기 쉽다. 또한 한번 떨어진 성적은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A 군에게 매일 30분씩이라도 외국어영역 공부를 꾸준히 할 것을 제안했다.
논술 준비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수준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해하는 것과 자신이 내용을 충분히 안 다음 글로 쓰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A 군에게 논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연습장에 꼼꼼하게 필기하고, 집에 와서 필기 내용을 노트에 다시 옮겨 적으며 복습할 것을 권했다. 이때는 문제와 답에 대한 생각의 흐름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핵심.
수능 문제를 풀 때도 그 문제를 논술 문제로 변형해 어떤 답을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A 군에게 조언했다. 효소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란 문제를 풀 때도 ‘왜 효소는 단백질로 되어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 대안 제시
수시 전략으로는 연세대 글로벌 리더 전형과 한양대 글로벌 한양 전형을 권했다. 연세대 글로벌 전형은 2009학년도의 특기자 전형이 글로벌 리더 전형으로 통합된 것. 지원 자격이 수학 과학 3등급 이내이며 일괄 전형으로 논술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한양대 글로벌 전형을 위해선 수학 및 과학 교내 경시대회나 도 경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했다.
이희명 청솔학원 입시컨설팅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