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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노후설계, 금융자산만큼 부동산도 고려

입력 | 2009-05-18 02:58:00


평균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노후은퇴설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50대에 대부분 은퇴를 해야 하는 경우 보통 30년 안팎에 이르는 노후생활은 축복이라기보다는 걱정거리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후의 자산관리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이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금융자산을 잘 관리해서 노후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달리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40대에는 80%, 60대쯤 되면 85%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전체 자산 관리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에 이런 관점이 확립된 것도 아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자산관리의 개념은 부동산의 시설이나 임대관리로 이해되고 있고 가계자산 전체의 포트폴리오라는 관점에서 다뤄지지는 않는다.

내 집 마련을 하는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주거공간을 이용한다는 사용가치의 관점에서 보기보다 내 집의 가격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시장가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변화에 민감하다. 그런데 사실 주택가격 변동은 집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의 반쪽일 뿐이다. 즉, 가격 상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가격차익이지만 집이 주는 실제 이득은 이러한 가격변화만이 아니라 그 사용가치를 포함한다. 즉, 임대하지 않고 자가 거주를 하는 경우도 기회비용으로서 소득이득이 암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1억 원인 집에 자기가 거주하고 있다면 남에게 빌려줘서 얻을 수 있는 임대소득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소득부분을 자신의 전체 소득에 포함해야 한다. 즉, 1억 원의 가치를 지닌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1억 원을 투자하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자가주거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집값의 변동은 이득을 볼 수도 있으나 반대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40대 이상 우리나라 중년층 가정은 지금 어떤 주거 선택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은퇴 이후 노후생활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다시금 자신이 살아야 할 주택의 크기나 지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막연하게 목돈을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주택을 매입해서는 곤란하다. 이전과 달리 주택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그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더욱이 대형 평형은 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 향후 도래할 인구 감소, 특히 주택의 주요 구매계층이던 중년층 인구비중의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부동산가치의 하락경향 등을 고려할 때 비싸고 큰 주택이 무조건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는 주택처럼 전형적인 장기투자 자산은 자신의 전체 자산구성과 향후 노후 은퇴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