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울산사업장의 수출부두에서 고급 석유제품들이 로딩암(뒤편 대형 파이프)을 통해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 평균 1000만∼1200만 배럴의 기름이 해외 3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사진 제공 SK에너지
■ 최첨단 설비 SK에너지 울산사업장
수송전용 파이프 라인 ‘로딩암’ 세계 최고속도
고도화설비 갖춰 중질유의 90% 고급油로 전환
한국엔 유전(油田)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30여 개국에 ‘기름’을 수출한다. ‘지상(地上) 유전’이라 불리는 첨단 정유시설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수입해 온 원유를 첨단 석유화학설비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가공해 되팔고 있다. 15일 ‘정유 한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SK에너지의 울산사업장을 찾았다.
○ 첨단 시스템으로 24시간 관리
울산사업장 제7부두에서는 아침부터 인도에서 온 배에 SK에너지의 윤활기유를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길이 159m의 배에 10만 배럴의 기름을 싣는 작업 현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단 두 명. 실제 기름은 ‘로딩암(Loading arm)’이라 불리는 수송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울산사업장의 8개 부두 중 수출부두인 3∼8번 부두를 총괄하는 해상출하2팀 이천우 팀장은 “부두에서 진행되는 모든 선적은 이렇게 첨단제어시스템으로 24시간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상출하2팀 사무실에서는 20여 개의 카메라 화면과 10여 개 컴퓨터 모니터로 배들의 정박상태와 기름 수송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 팀장은 “각 부두에 설치된 로딩암의 수송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송선의 정박 기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줘 해외 선주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울산사업장의 8개 부두는 대형 선박 22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다. 63빌딩 높이에 맞먹는 260m 길이의 선박도 댈 수 있다. SK에너지가 생산한 각종 정유와 화학제품들은 바로 이곳에서 중국 동남아 국가들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유럽, 남미 등으로도 수출 길이 넓어지는 추세다. 이 팀장은 “한 달 평균 1000만∼1200만 배럴의 기름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는 SK에너지가 생산하는 기름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말했다.
○ ‘지상유전’ 통해 수출역량 강화
최근 이처럼 SK에너지의 수출 역량이 강화된 데엔 지난해 6월부터 가동한 ‘제3기 고도화시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유업계에서 말하는 고도화시설이란 고유황 벙커C유 같은 저급기름(중질유)을 다시 정제해 휘발유와 같은 고급기름(경질유)으로 바꿔주는 설비를 말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39만6696㎡(약 12만 평)의 땅에 총 2조 원을 투자해 제3기 고도화시설을 완성했다. 이날 직접 본 고도화시설은 ‘대체 저걸 어떻게 사람 손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크고 복잡했다. 5cm 지름의 조그마한 파이프부터 50cm가 넘는 지름의 굵은 파이프까지 크고 작은 수천, 수만 개의 관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빌딩 여러 채만 한 거대한 정제설비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생산1팀의 김동호 팀장은 “통상 원유의 40%가량이 중질유로 정제되는데 SK에너지는 이 중 90% 이상을 고급 경질유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기름은 유럽, 호주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도 만족시키는 친환경 기름”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기름은 전량 해외로 수출한다고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올 1분기(1∼3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3279만 배럴(약 3조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가량 늘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