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초대석]국제로타리 이동건 회장

입력 | 2009-05-18 02:58:00

한국인 최초로 국제로타리를 이끌고 있는 이동건 회장. 그는 국제단체의 회장이 열정 겸손 리더십을 겸비해야 하듯 한국인이 세계인으로 거듭나려면 이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영-유아 하루 3만명 숨져… 아프리카 지원 주력”

《“지난해 7월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꿈을 현실로(Make Dreams Real)’를 테마(Theme)로 내세웠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자고 호소해왔는데, 이는 곧 어린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봉사와 나눔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건 국제로타리 회장(71). 임기 1년간 미국 일리노이 주 에번스턴 본부에 상주하면서 이 단체를 이끄는 이 회장이 19일 몽골 방문을 앞두고 잠시 고국에 들렀다.》

빌 게이츠도 ‘소아마비 퇴치’ 3억달러 넘게 로타리에 기부

‘귀족 클럽’ 이미지 바꾸기 위해 호텔행사 등 자제할 것

국제로타리는 203개국 122만 회원을 지닌 민간봉사단체다. 17일 서울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그는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세계 60여 개국 회원들을 만나 봉사 현장 속으로 들어가자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보름간 미국을 떠나 영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러시아 이스라엘 등을 순방하는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임기가 한 달 반 남았습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로타리에 기부금을 낸 일입니다. 빌 게이츠 의장이 면밀한 조사 끝에 3억5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고, 로타리가 이에 상응해 3년간 2억 달러를 모금합니다. 게이츠 의장이 로타리의 열정을 인정한 것이지요. 이 재원으로 소아마비 완전 퇴치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아마비 퇴치 운동은 국제로타리가 1985년 이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초기에 125개국에서 매년 35만 건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인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4개국 2000건 미만 수준으로 퇴치했다.

이 회장은 또 “공교롭게도 세계경기 불황이 내 임기와 함께 시작돼 조직이 위축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발품을 많이 판 덕분에 회원이 줄지 않았다”며 “세상을 함께 바꿔보자는 열정을 가지고 만남과 만남을 거듭하면 힘을 더 합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탄자니아에 모자보건센터도 설립했습니다.

“세계에서 하루에 3만 명의 영·유아들이 죽습니다. 모기장 보급 등 간단한 방법으로도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프리카 등에 깨끗한 물과 음식 제공, 위생 개선 대책을 세우는 한편 문해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모르면 길을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해야 합니다.”

―하루 25시를 사시는데….

“아내(정영자 씨·64)의 도움이야말로 가장 큰 ‘기부’이지요. 얼마 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동안 로타리 활동한다고 고생시켰는데 이제는 내 덕분에 함께 다니니 보답하는 것 같다’고 했다가 혼났습니다.(웃음) 일정에선 남편도 챙겨야 하고 여성이 참석하는 행사도 챙겨야 하니, ‘내가 호강하는 게 아니다. 당신만큼 고생 많다’고 하더군요. 요즘에는 국제 민간교류에서 여성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단체의 회장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고국의 실체를 더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브랜드의 힘을 실감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게 성장한 나라가 없습니다. 그 성장동력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어머니의 힘, 교육의 힘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도 로타리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데 어머니의 힘과 교육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 회장은 “로타리 정신은 소외당하거나 고통받는 이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걸어가자는 ‘휴먼 러브’”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휴머니티를 잃고 있는데 젊은 층이 많이 가입해 이 정신을 확산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로타리가 귀족클럽처럼 비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호텔 행사를 자제하거나 사이버 로타리 개설 등 다양한 방법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로타리 규모는 전국 1400여 개 클럽에 회원은 6만여 명에 이르고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4위이며 기부액도 연간 1000만 달러입니다. 그만큼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토대가 다져졌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개선해가면 봉사의 문화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기부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합니다만….

“제가 1971년에 로타리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업인으로서 남을 배려하는 계기를 찾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인간미도 다질 수 있습니다. 로타리를 비롯한 여러 봉사(기부) 단체를 통해 기쁨을 느끼기 바랍니다.”

이 회장의 임기는 6월 말에 끝난다. 그는 6월 영국 버밍엄에서 제100차 로타리 국제대회를 주관한다. 이 행사에서는 영국 소년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200여 개국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면서 회장국의 문화를 알린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국제로타리의 재원을 관리하는 로타리재단 이사에 이어 2012년 7월에는 차기 재단 이사장, 2013년 7월에는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회장에서 물러난 뒤 여느 회원처럼 지역 클럽과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며 “혈액병원 장기기증병원 등 NGO 활동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정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부방은 생활가전업체인 부방테크론과 부산방직 등을 계열사로 둔 중견그룹이다.

허엽 문화부장 heo@donga.com

이동건 회장

―1938년 경북 경주 출생

―서울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4년∼ ㈜부방 회장

―1994∼2005년 주한 이탈리아 명예영사

―1995∼96년 한국로타리 총재

―2001∼2003년 국제로타리 이사

―2002∼2003년 서울고 총동창회장

―2005∼2006년 외교통상부 국제친선대사

상훈 1992년 석탑산업훈장

1997년 국제로타리재단 공로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