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합의에 없던 ‘여론조사 입법 반영’ 주장
李원내대표 “재보선서 민심 확인… 상황변화”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표결 처리가 예정된 6월 임시국회를 보름가량 앞두고 민주당이 ‘합의 파기’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는 17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미디어 관계법 처리에 대해 “한나라당이 수로 밀어붙인다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약속에서 항상 전제가 되는 게 상황변수인데 한나라당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했다”며 “잘못된 ‘MB(이명박) 악법을 철회하고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가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지난 재·보선에서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상황 변화를 반영해 미디어 관계법 처리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소속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의 의견이 입법 과정에 반영되지 않는 미디어 관계법은 의미가 없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5월 말까지 문방위 산하에 설치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 차원의 여론조사를 촉구하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언론기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사회공론조사 및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던 3월 2일 문방위 산하에 미디어위를 설치하고 100일간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6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과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등 미디어 관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론조사 항목은 당초 합의사항에 없던 것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때와 비교해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고 미디어위의 활동은 다음 달 15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아예 판을 깨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전임 원내대표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사정 변경이란 논리로 미디어 관계법 합의 처리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신뢰를 무시한 반칙행위이며 여론조사로 입법을 대체하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미디어위 구성 자체가 여론수렴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 와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주장은 애초부터 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