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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뉴플랜’ 발표… 정책방향 ‘새로운 진보’서 ‘현대화’

입력 | 2009-05-18 02:58:00


성장-중산층 강조
노선투쟁 불붙을듯

성장 우선 중도개혁으로 분배에 치우친 이미지 개선

“지나치게 오른쪽 기울어” 정체성 싸고 치열한 논쟁 예고

민주당이 17일 성장을 중시한 당의 새 정치노선과 정책방향을 담은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했다. 당내에서는 비주류 측을 중심으로 “뉴민주당 플랜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는 비판이 나와 앞으로 당 정체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9일 ‘뉴민주당 선언’ 논의를 위한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회의를 시작으로 25일부터 7개 권역에서 전국을 돌면서 당원 토론회를 갖는다.

○ 현대화와 성장 중시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부족했던 성장을 앞세워 중도개혁주의를 현대화하는 게 뉴민주당 플랜”이라며 당이 나아갈 진로로 ‘현대화’를 제시했다. 분배정책에 치우쳤던 이미지를 성장 우선의 중도개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보수 성향의 중산층을 잡지 못한다는 당내 위기감이 이 플랜에 반영돼 있다. 당의 중심을 다소 오른쪽으로 돌려놓지 않고서는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도 불리하다는 셈법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성장이 반드시 보수의 개념은 아니다”며 “보수는 양적 성장을 말하지만 우리는 질적 성장을 의미하는 포용적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장과 기회의 정당, 중도정당으로 ‘뉴민주당 개혁안’을 내놨다가 ‘공화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었다”며 ‘한나라당 2중대 정책’이라고 주장한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일각의 비판을 겨냥했다.

이날 발표문에는 ‘현대화’라는 개념이 등장한 대신 당초 지도부에 보고된 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새로운 진보’라는 용어는 빠졌다. 오히려 ‘낡은 진보’라는 말이 발표문에 여러 번 등장했다. 재벌을 ‘적’이나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던 시각도 사뭇 달라졌다. ‘뉴민주당 플랜’은 대기업의 공정거래에 대한 감독은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대기업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재벌과 스포츠”라며 “다만 재벌이 시장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공과에 대해 “가치와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정책 수단이 유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거세게 반발하는 비주류

뉴민주당 플랜이 순항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좌와 우를 뛰어넘는 한국판 ‘제3의 길’을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당내 거센 반발에 부닥쳐 담론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소속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호남향우회 체육대회 참석 후 제주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화’라는 말은 어정쩡하다”며 “민주당은 중도개혁과 진보가치에 대해 자신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지금은 음풍농월(吟風弄月)할 때가 아니다”며 “6월 입법전쟁을 앞두고 있는데 선명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연대 대변인은 “‘말의 성찬’ 같은 느낌이 든다”며 “민주개혁세력의 요구를 담은 재집권 전략이 돼야 하는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을 강조하는 면에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옛 민주계인 김성순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였던 ‘중도개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중도개혁 대신 현대화라는 용어를 쓴 점을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