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은 “‘디지털 싱글’ 같은 건 영 마땅찮다”면서 “CD처럼 만질 수 있고 무게가 느껴지는 매체가 좋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뮤직팜
‘2008 콘서트’ 라이브 음반으로 낸 가수 김동률
가수 김동률(35)은 가끔 웃었다. 부들부들한 그의 노래와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진지했고 단호하게 말할 때도 많았다. 지난해 4∼6월 공연한 ‘2008 김동률 콘서트-모놀로그’ 라이브 음반이 최근 나왔다. 총 4회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3장의 CD에 29트랙 35곡을 수록했다. 그를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카페에서 만났다.
―라이브 음반을 낸 계기는….
“라이브 무대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내 노래를 들으려고 찾아와 준 사람들, 뭘 해도 이해하고 좋아해 주리란 믿음. 그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오래도록 힘을 주니까. 또 편곡한 노래를 여러 곡 선보였는데 공연에 못 온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배려’는 팝 발라드에서 탱고로, 소품곡 ‘고독한 항해’는 록발라드로, ‘J’s 바’는 빅밴드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했다.
―6개월 앨범 작업 동안 주력한 부분은….
“마구 어질러진 방을 치우는 기분이었다. 현장감과 진실성, 앨범의 품질 사이에 딜레마가 있었다. 불가피한 몇 트랙을 제외하곤 원본 소스에 충실했다. ‘죽을 때까지’ 에디팅과 믹싱을 했다. 코멘트는 안 넣는 걸 기본으로 했다. 반복해 듣다 보면 거슬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공연을 많이 하는데 소극장 공연은 왜 안 하나.
“목이 약해서 일주일씩 공연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하고픈 욕심이 있다. 관객 수를 떠나서 원하는 분위기와 사운드를 디테일하게 전달하고 싶다. 음향 전문가가 설계한 공연장, 피아노 반주에 노래만 해도 소리 좋은 공연장이 전국에 있었으면 좋겠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로 가요계에 입문한 뒤 김동률의 음악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내 음악이 좋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타협하지 않았고 열심히 했다. 그리고 ‘제2의 김동률’이 나오지 않아서다. 음악을 스스로 프로듀스할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이 급감했다. ‘음악은 2년만 하고 배우 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후배가수도 봤다. 그런 현실은 걱정거리면서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끝까지’ 가수이고 싶은가.
“아니. 나 자신이 좋은 보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노래하는 자체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음악을 만드는 게 우선순위에 있다. 노래를 못해도 음악을 그만두진 않을 거다. 지금도 내가 부를 수 없는 노래는 내 앨범에 안 넣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