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기획사들 밥그릇 싸움
팬-뮤지션 안중에 없나
‘록이냐, 락이냐.’
7월 24일 국내 음악 팬들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만큼 어처구니없지만 현실이 그렇다. 같은 날 시작해 똑같은 2박 3일 일정에 비슷한 콘셉트, 하지만 장소는 다르다. ‘200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09’ 얘기다.
팬들 입장에선 황당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집안싸움이 생겼다. 펜타포트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록 페스티벌. 1999년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을 이어 인천시와 공연기획사 ‘아이예스컴’ ‘옐로우나인’ 등이 2006년 다시 문을 열었다. 3년간 알찬 출연진과 팬들의 열정에 호평이 컸다. 지난해 5만 명 관객 중 2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다. 이처럼 흥행이 예상되자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옐로우나인이 따로 나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차린 것이다.
양측 싸움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옐로우나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나갔다.”(아이예스컴) “(함께한) 지난 3년간 6억 원 넘게 적자를 봤다.”(옐로우나인) “합의 없이 옐로우나인이 펜타포트 상표권을 등록했다.”(인천시, 아이예스컴) “(아이예스컴이) 채무를 변제하면 (상표권을) 돌려주겠다.”(옐로우나인) “상표권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인천시)
양측의 시비는 법정 등에서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공연이 같은 날 열린다는 점이다. 펜타포트는 매년 7월 마지막 주에 열렸으니 주최 측인 아이예스컴이 날짜를 바꿀 리 없다. 새로 뛰어든 지산 밸리 측은 같은 날 공연을 여는 것에 대해 “7월 24∼26일 열리는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과 연계하면 영국 미국 등의 해외 뮤지션을 좀 더 쉽게 섭외할 수 있기 때문에 날짜가 겹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참여 뮤지션도 갈렸다. 1차 라인업을 발표한 펜타포트는 처음 내한하는 미국 밴드 ‘데프톤스’를 비롯해 ‘에스키모 조’ ‘렝카’ 등과 한국 밴드 ‘노브레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국카스텐’ ‘검정치마’ 등이 출연한다. 지산 밸리는 ‘오아시스’ ‘위저’ ‘패티 스미스’ ‘프리실라 안’ 등 해외뮤지션들이 이름을 올렸다.
양측의 시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팬들과 뮤지션이다. 두 축제가 같은 날에 열려 어쩔 수 없이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국내외 뮤지션도 반쪽짜리 팬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해외 반응도 걱정스럽다. 록 환경이 척박한 국내에서 대형 록 페스티벌이 같은 날 동시에 열리는 게 난센스다. 즐거워야 할 락(樂) 페스티벌이 서로 돌 던지는 록(rock·바위) 축제가 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