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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김청택 학습심리학 교수가 말하는 4단계 복습법

입력 | 2009-05-19 02:55:00


20분 뒤→ 하루 뒤→ 일주일 뒤→ 한달 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man Ebbinghaus)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사람은 배운 내용을 20분이 지나면 58%, 9시간이 지나면 36%, 6일이 지나면 25%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김청택 서울대 학습심리학 교수(사진)는 공부에서 복습이 꼭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복습의 역할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들어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복습을 하지 않으면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아 기껏 들인 시간과 노력도 헛수고가 된다.

김 교수는 복습하는 방법에 따라 과목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방법이 중요한 과목(절차적 지식·Procedure Knowledge)인 수학, 과학과, 암기가 중요한 과목(서술적 지식·Descriptive Knowledge)인 기타 과목들이다.

수학, 과학은 문제풀이가 곧 복습이다. 여러 유형의 문제를 풀어봐야 교과서에 나온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머리로 푸는 게 아니라 연필을 들고 직접 풀어보며 ‘연습’해야 한다.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직접 타보며 ‘연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풀이를 할 때는 한 문제를 여러 번 다시 풀며 복습하는 게 좋다. 한 문제를 붙잡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어보다 보면 사고력이 자라 어떤 응용문제도 풀 수 있게 된다.

답안지에 나온 풀이방법이나 학원 강사가 알려준 풀이방법을 외워서 기계적으로 푸는 것은 절대 금물.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며 복습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풀린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수학, 과학은 제대로 복습만 해두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친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일차 방정식을 공부한 것이 이차방정식을 공부하는 밑거름이 되듯 내용이 점차 깊이를 더해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전거 타는 법을 한 번 배우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수학, 과학도 같은 내용을 언제 다시 보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풀어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유형의 문제를 풀이 방법을 완벽하게 ‘체득’할 때까지 반복해서 풀어보라는 뜻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수학, 과목과 달리 주기적으로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에빙하우스의 이론에 따라 20분 후, 하루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 등 4차에 걸쳐 복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복습스케줄’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수업 후 쉬는시간에 빠르게 복습하고(1차) 오늘 공부한 내용을 다음 날 복습하고(2차) 일주일간 공부한 내용을 주말에 복습하고(3차) 한 달 후에 그 달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라는(4차)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부랴부랴 공부하는 일도 사라지고 방대한 시험범위에 대한 부담도 적어진다. 김 교수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온라인 영어단어학습 사이트 ‘이지보카’(www.easyvoca.com)의 공동연구 개발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암기를 할 때는 단순히 말하듯이 달달 외우는 ‘암송’법(옛날 이론)보다는 해당 개념과 연관된 정보를 떠올려보는 ‘연상’법(최근 이론)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를 반복해서 외우는 게 암송법이라면 ‘프랑스 파리’하면 떠오르는 역사·문화적인 맥락(에펠탑, 시민혁명, 화려한 음식문화 등) 속에서 프랑스의 수도가 파리라는 것을 외우는 것이 연상법이다. 마인드맵을 쓰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려면 복습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닐까.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복습을 하다 보면 빠른 시간 안에 훑어보듯 복습을 해도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공부는 절대 손해를 안보니 복습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