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세계 첫 도심용 탄소배출권 거래”
서울-멕시코시티-헬싱키 온실가스 감축사례 발표
“마곡 신도시 친환경 개발”…서울시-클린턴재단 MOU
“오늘부터 20년이 지나면 우리의 자녀들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내버려 두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와 과제’를 의제로 하는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가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개회식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안나 티바이주카 유엔 해비탯 사무총장 등 국내외 시장 및 대표단 43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7년 교토의정서 당시 170개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달성한 곳은 20개 국가가 채 되지 않는다”며 “이제 우리는 어떻게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한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억 달러를 화력발전소에 투자하면 870개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대체에너지인 풍력발전에 투자하면 3300개의 일자리가, 건물에너지합리화 사업에 투자하면 6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그린 이코노미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책 선보여
런던, 뉴욕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C40 회의에서 회원도시 및 협력도시 80여 곳은 21일까지 머리를 맞대고 온실가스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개회식이 끝난 뒤 곧바로 열린 첫날 회의에서는 세계 각 도시가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대책의 발표가 이어졌다. 핀란드 헬싱키 시는 도시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는 공공장소 조명시설을 개선해 에너지를 절약한 사례를 발표했다. 주시 파주넨 헬싱키 시장은 “조명 등급을 표준화한 뒤부터 과다 조명을 하지 않게 돼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게 됐다”며 “앞으로 모든 가로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해 에너지를 더 절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멕시코시티는 현행 3700만 t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2012년까지 700만 t 수준으로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 교통, 폐기물, 수자원 등 총 26개 분야에 온실가스 배출 감소안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 ‘맑고 매력 있는 서울’ 알린다
서울시 역시 녹색 교통체제 구축, 1000억 원의 기후변화 기금을 조성해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건물에너지합리화 사업, 쓰레기 매립지에 세운 노을공원 조성사업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오 시장은 자전거 도로 사업,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을 서울시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소개하며 “자전거 도로 사업,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도입 등을 통해 1년 동안 대기 중의 미세 먼지를 10% 이상 줄였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도쿄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C40 회의를 유치한 서울시는 주최국의 이점을 살려 시가 축적한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노하우를 참가국에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맑고 매력 있는 서울’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날 클린턴재단과 ‘기후긍정개발사업(CPDP·Climate Positive Development Program)’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클린턴재단이 구축한 CPDP는 신도시를 조성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도시 개발 모델이다. 서울시는 “서울 마곡지구 신도시 조성에 CPDP를 적용해 모든 건물을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짓고 에너지 수요의 4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기후변화 대응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하는 양해각서를 헬싱키 시, 태국 방콕 시와 각각 체결했다.
○ 녹색 경제로 경제위기 극복
이날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책을 통한 경제 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도쿄는 2010년부터 세계 최초로 도심용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국가 간 거래와 달리 도시 안에서 기업들 간에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시 역시 태양광전지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소개했다.
서울 신라호텔과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이번 C40 회의는 21일 모든 참석자가 모여 기후변화 대응의지와 온실가스 감축 실천방안을 담은 ‘서울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회의. 2005년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의 제안으로 출범해 그해 런던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C’는 도시(City)와 기후(Climate)를, ‘40’은 40개 회원 도시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