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나오는 리포트 중에서 가장 흔히 보는 코미디 같은 리포트가 고객예탁금의 규모를 갖고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리포트다. 이러한 리포트에서는 고객예탁금의 규모가 증가하면 증시 주변 자금 사정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반대로 고객예탁금의 규모가 감소하면 증시 주변 자금이 팍팍해졌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금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패러독스(역설)이다.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주식 매도의 결과일 뿐이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신규로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자금보유량(stock)의 증감으로만 상황을 해석하고 자금의 소스가 어디인지 자금의 흐름(flow) 분석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해프닝이 최근에 국책 또는 민간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리포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단기성 자금의 잔액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니 통화 환수를 서둘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재작년 말 665조 원 정도였던 금융권 단기성 자금의 잔액이 작년 말에는 750조 원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800조 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시중 단기성 자금은 주로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자금을 말한다. 과연 이러한 단기성 자금의 잔액이 증가한 것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결과일까. 자금의 소스가 신규로 늘어난 대출금이라고 분석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판 돈을 안전자산에 예치한 결과일 뿐이다. 같은 기간에 주식시장에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사라졌다. 단지 이쪽 주머니(위험자산)에서 저쪽 주머니(안전자산)로 옮긴 결과일 뿐이다.
엉터리 분석과 주장이 여과 없이 유포되는 것 못지않은 난센스가 통계자료의 근거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다. 며칠 전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붐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참으로 엉뚱한 얘기다. 언론에서 보도한 일부 특정지역, 그것도 어쩌다가 발생한 한두 건의 거래사실을 갖고 대응한 것이다. 정책이란 일반적인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통계 수치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믿을 만한 부동산(주택)시장 통계데이터가 전무한 실정이다. 주택 관련 통계데이터 구축작업도 시급하다.
주가가 반등하고 부동산시장에서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인다고 해서 벌써부터 자산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경기회복 초기 약간의 자산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의 촉진제가 된다.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어느 정도 있어야 소비가 진작되고 기업의 투자도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3.5%정도인데 올해 예상성장률은 ―0.5%이다. 디플레이션 갭이 ―4%나 된다. 아직 디플레이션 걱정을 할 때이지 인플레이션 걱정은 난센스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