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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이홍금]극지 누빌 우리의 쇄빙연구선

입력 | 2009-05-21 02:56:00


북극해를 둘러싼 8개국의 외교장관이 지난달 29일 북극권 도시인 노르웨이 트롬쇠에 모여 제6차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도 잠정 옵서버 국가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북극 해빙면적이 2007년 기준으로 미국 본토 면적의 절반 수준이었다”면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북극해양환경보호 워킹그룹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북극에 새 뱃길, 즉 ‘북극항로’가 열릴 가능성에 대비하는 북극해운평가(AMSA)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환경 변화로 북극권 바다의 얼음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가운데 극지에 대한 북극해 주변국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진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海氷)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북극권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새로운 뱃길이 열릴 것이라는 경쟁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극지 진출을 부추긴다.

이 같은 진출을 위한 필수적인 무기가 쇄빙선(ice breaker)이다. 선진국은 더 좋은 쇄빙선을 만들기 위해, 또한 후발 국가는 첫 쇄빙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쇄빙선은 원어 그대로 얼음을 깨고 나가는 배다. 그런데 망치나 드릴로 깨지 않는다. 일반 선박보다 2배 이상 4배 정도까지 강력한 추진을 가진 엔진과 일반 선박보다 2배 정도 두꺼운 배 앞쪽의 강철판으로 얼음을 밀어 깨뜨린다. 밀어치기로 안 되면 그 다음에는 누르기로 깨뜨린다. 쇄빙선 바닥에는 서로 연결된 여러 개의 물탱크가 있다. 쇄빙선이 얼음과 직면했을 때 물탱크의 물을 뒤로 보내면 배 앞쪽이 들린다. 추진력을 가하면 배 앞쪽이 얼음 위로 올라가고 이어 물탱크의 물을 앞쪽으로 보내면 앞이 무거워져 얼음을 깨는 원리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문을 연 지 20년이 지나고 드디어 우리나라도 6950t 규모의 쇄빙연구선을 9월에 건조해서 내년부터 남북극 기지 보급 및 북극해와 남극 연구에 본격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모든 바다라는 뜻의 옛 우리말 ‘아라온’으로 이름붙인 우리 쇄빙연구선에는 첨단 연구 장비가 장착되어 전천후, 전방위적으로 양질의 연구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남극 세종기지는 물론 남극대륙기지 및 북극기지로의 물자와 보급품 운송에도 활용한다. 남북극을 오가며 연 300일 이상의 항해기간에 석유지질자원 및 가스수화물 탐사, 생물자원 탐사에 투입되어 향후 더욱 치열해질 자원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기후 연구, 해양환경 변화 및 물질순환 연구와 같이 지구환경 변화에 대해 극지역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기초과학 연구 활동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산업적인 면에서도 한국 최초의 쇄빙선을 국내에서 건조한 일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조선시장에서 국내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고부가가치 선박의 한 축으로 성장하여 향후 전 세계적으로 건조할 쇄빙선을 수주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보인다.

우리가 이제 쇄빙연구선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극지과학 수준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녹색성장과 해양질서를 주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과학자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남북극해를 누비며 지구 끝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그리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