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우량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저평가 시점을 활용해 부(富)의 이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자산가들이다.
자본시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호황과 침체를 반복해 왔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주기에 차이는 있지만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던 자산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상승하게 마련이다.
○저평가 우량 상가 증여 기회로 삼아
우량 회사의 주식은 누구나 인정하는 블루칩이기 때문에 쉽게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정상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심각한 가격 괴리현상이 발생했다. 꾸준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장기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우량주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녀에게 증여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편차가 크긴 하지만 고점 대비 상당한 가격의 하락이 발생한 현 시점을 활용해 보유 중인 부동산이나 저가 메리트가 있는 우량 상가를 자녀 앞으로 증여하는 자산가들이 많다.
예를 들어 15억 원이 나갔던 아파트가 10억 원까지 가격이 하락하면 증여세 부담은 어떻게 줄어들까?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할 때는 약 4억4000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10억 원에 증여하면 증여세는 2억4000만 원으로 줄어 2억 원을 아낄 수 있다.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의 증여세율은 40% 구간이기 때문에 10억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증여하게 되면 세금 감면 효과가 큰 편이다. 10억 원의 아파트가 향후 경기 상승 시 15억 원으로 자산 가치가 증가하면 추가 세금 부담 없이 자산가치의 상승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리 물려줘 안정적 운용 할 수 있도록”
최근 부자들은 세무신고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액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 신고를 회피한다거나 세무신고를 외면하고 멀리하던 과거 형태와는 달라진 점이다.
현행 세제상 미성년자에게 1500만 원, 성년 자녀에게는 3000만 원, 배우자에게는 6억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가 가능하다. 증여세율도 1억 원까지는 10%, 1억 원 초과 5억 원까지는 20%, 5억 원 초과는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10년마다 재차 증여를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이용하기에 따라 자녀 명의로 안정적 자산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자들은 이러한 세제를 최대한 활용한다.
가령 스무 살이 된 성년 자녀에게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3000만 원을 10년마다 증여해 총 3번 증여를 할 경우 자녀가 40세 되는 시점에 총 9000만 원을 증여한 셈이다. 증여하는 액수를 높여 만약 1억3000만 원씩 증여를 했다면 3억9000만 원을 증여하게 된다. 1억3000만 원씩 증여할 때는 1억 원에 대해 10%의 증여세가 부과되어 300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추가 증여세 부담이 있지만 자산가들은 9000만 원을 증여하기보다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에서 세금을 부담하고 미리 증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증여받은 1억3000만 원으로 우량한 주식을 사거나 오피스텔 및 상가를 구입할 경우 매년 받게 되는 주식 배당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수입 등의 부가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세금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세금 신고를 통해 효율적으로 증여하는 현명한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