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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구나]Q: 北‘벼랑 끝 전술’ 정확한 의미는

입력 | 2009-05-22 02:56:00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정확히 어떤 전술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국제정치학 용어를 사용한 건가요? 아니면 국내 학계에서 통용되는 건가요?(독자 서모 씨)

A: 협상상대 위협하는 ‘너죽고 나죽자 전술’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은 국제정치학이나 정치학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협상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위자의 특정한 행태를 말합니다. 협상 상대방에 대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니 벼랑 끝까지 가서 함께 떨어지자거나 당신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위압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개인 간의 다툼에서도, 국가 간의 외교에서도 흔히 나타나지요.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미국과의 핵 갈등에서 이 전술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미국이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 압력을 가하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실험을 하는 식으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습니다. 서훈 이화여대 교수(전 국가정보원 3차장)는 약소국인 북한이 이런 벼랑 끝 전술과 협상을 반복하며 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폈다면서 이를 ‘선군(先軍)외교’라고 개념화했습니다.

벼랑 끝 전술은 강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잃을 것이 적은 약자에게 더 유리한 전술이 아닐까요? 함께 벼랑에서 떨어지자고 하면 잃을 것이 많은 강자가 먼저 손을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신석호 정치부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