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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방의회 비리 탈선, 주민 손으로 바로잡아야

입력 | 2009-05-22 02:56:00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그제 ‘서울 금천 양천 도봉 등 3개 구의회의 의정비 인상이 위법한 만큼 구청장이 환수해야 한다’며 주민소송을 낸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감사청구 제도를 개선해 주민소송 제도를 도입한 이후 10여 건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3개 자치구 의원 42명은 1915만∼2256만 원씩 모두 8억7000만 원의 의정비를 반환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2007년 말 구의회들이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정비를 대폭 인상한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시민단체들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고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맨이 해당 구의회와 구청에 시정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구의회가 의정비 소폭 인하로 버티자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주민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한 것이다.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합법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

이들 구청은 의정비 인상에 대한 주민 여론을 수렴한다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주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는 핵심 문항도 빼고 의정비 인상을 전제로 하거나 유도하는 질문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했다. 용역비를 지급하는 쪽의 의도에 따라 결론을 두들겨 맞춰주는 여론조사 자체도 예산 낭비다.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지방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지방자치단체에 압력을 넣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놀러가는 해외 출장이 이어진다. 심지어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를 돌리고 술 접대, 성(性) 접대를 한 경우도 있었다. 작년 2월 서울 강북구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분을 반납하고 인하하는 운동을 펼친 동료 의원을 ‘혼자만 잘난 체한다’면서 제명하려다 주민 항의로 무산된 적도 있다.

지방의회의 예산 낭비와 비리는 주민의 손으로 바로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주민감사 청구, 주민투표, 주민소송 같은 합법적 견제 수단을 활용해 탈선과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를 바로잡는 데 지역 주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