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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험지 홈피에 공개… 온라인 학원 수강료도 단속”

입력 | 2009-05-22 02:56:00


교과부, 사교육 경감 공청회… 정부 대책 28일 확정

내신용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전국 중고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 기출문제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단속 근거가 없었던 온라인 강의 수강료도 고액 징수 단속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교과부는 대책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28일 최종안을 확정 발표한다. 대책안에 따르면 교과부는 내신 대비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중고교가 중간, 기말고사 기출문제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대학 입시와 특수목적고 입시 등에서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내신 사교육이 팽창한 데 따른 조치다. 일선 보습학원 중에는 인근 중고교의 기출문제를 빼내 시험 적중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학생을 모으는 곳이 많다. K, J, G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중고교의 기출문제가 매매되고 있으며 시험 철이 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출문제를 사고파는 업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교과부는 2006년 학업성적 관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에 기출문제를 공개하도록 요청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교사들이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불필요한 내신 사교육이 확산되는 것은 물론 저작권법 위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앞으로 일선 중고교의 중간, 기말고사 시험지에 ‘본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OO학교에 있다’는 식으로 저작권자를 명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출문제 공개를 꺼리는 학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이를 공개하는 교사와 학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소속 시도교육청의 평가지표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오프라인 학원 수강료 단속과 더불어 온라인 강의 수강료에 대한 단속도 시작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많이 듣고 있음에도 온라인 업체가 평생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원격교육시설로 분류돼 수강료 단속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온라인 강의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 온라인 강의 수강료를 단속할 계획이다. 온라인 강의는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학원에 비해 수강료가 싼 편이지만 일부 업체는 패키지, 묶음 강의, 종합 강의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 일반 학원보다 더 비싼 수강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교과부는 논란이 된 학원 심야교습 제한과 관련해서는 당정협의 내용대로 법제화를 하지 않고 각 시도교육청이 조례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도록 하기로 했다. 단속의 실효성을 위해 학원의 각종 부당 사례를 신고하면 돈을 주는 ‘신고 포상제’를 활용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개선하기 위해 파견 교사제, 교재 전담 집필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방과후 학교를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 코디네이터제’ ‘엄마품 멘터링제’ 등을 도입해 학부모의 참여를 늘리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심야교습 금지 왜 무산시켰나” 與 일각 술렁▼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법제화’ 내용을 뼈대로 한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아직 완전히 꺼진 불이 아닌 듯하다. 최근 당정회의에서 이 대책의 추진이 무산된 뒤 한나라당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불씨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를 개혁 조치라고 주장한다. 정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 및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 70% 이상이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에) 찬성한다. 학원들한테 시달린다는 이유로 법제화를 하기로 해놓고 없던 일로 하는 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당이냐”며 법제화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학원 대표가 아니다”면서 “학원 입장에 따라 국민의 입장을 바꿔버리는 것은 반개혁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제화를 무산시킨 임태희 전 정책위의장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당정회의 전에 다 합의가 됐다. (임 전 의장이) 직접 미래기획위원회에 가서 보고까지 받았다. 다 보고 받아 놓고….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도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는 전체적인 교육개혁 프로그램의 일부”라며 “곽 위원장이 처음에 제시한 안 전체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굉장히 많은 학원으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며 학원들의 로비 의혹도 제기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통화에서 “문제 제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취지가 맞는 개혁안을 뭉개고 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당이 법안 제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