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 근거 찾는듯
정부 “의도 파악후 대응”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법규 및 계약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기 위해 100여 개 입주 기업들의 상세한 경영 활동 명세를 적시한 자료를 21일 남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기업들의 상세한 경영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인편을 통해 보내왔다”며 “우리 식으로 보면 감사에 해당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이들 자료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제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해마다 한 번씩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담은 결산 보고서를 북측에 제공해 왔다. 정부가 현재까지 취합한 결과 2008 회계연도의 경우 76개 기업 중 12개(15.8%)만이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07 회계연도에는 65개 중 31개(47.7%)만이 이익을 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이익을 축소 보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임금 인상 등의 근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가격이나 원가 등의 상세 정보가 담긴 정보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개성공단을 다녀온 한 인사는 “북측이 남측에 공단 유지를 위한 4개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의 6·15공동선언 이행 약속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포기 △국제사회에서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 사과 △민간교류 차단 해제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당국 간 개성실무회담과 관련해서는 현재 차기 회담 개최를 위한 후속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과 개성 등을 근거지로 대북 경협사업을 하는 300여 개 기업 대표들은 다음 주 말경 서울에서 공식 회의를 열고 남북한 정부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인은 “특히 개성공단 문제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북한) 내륙 진출 기업들이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