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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여론광장/노인인권 보호 ‘사각지대’ 줄이자

입력 | 2009-05-22 06:34:00


최근 치매를 앓고 있는 김모 할머니(77)가 아들의 폭행으로 틀니가 부러졌다는 황당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존속에 대한 폭행과 살해, 유기 행위, 현대판 고려장 등 노인 인권 침해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인천시 노인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학대 상담 건수가 2006년에 비해 3배 정도로 늘어난 1123건으로 집계됐다. 노인 학대는 대부분 아들(53%), 며느리(14.8%)로부터 행해진다. 유형별로는 ‘언어·정서적 학대’(40%)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방임 학대(21.3%)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학대 장소는 9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났다.

학대의 유형과 실태도 다양하다. 노인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고 차거나 때리는 신체적 학대, 욕설과 고함을 지르고 ‘양로원’으로 보내겠다는 비난 등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어적 학대 등 다양하다. 이 밖에 노인에게 빌린 돈을 일부러 갚지 않고 부동산 연금 등의 소득을 가로채는 경제적 학대, 식사 준비도 할 수 없는 노인을 혼자 내버려 두거나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거나 약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노인 학대의 보편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년을 기점으로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현재 노인 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노인 인구가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 2030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노인 1000만 명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사회 전반에 ‘지진’과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연령구조의 변화로 전 세계가 요동치는 현상’을 일컫는 에이지퀘이크(agequake)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노인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사회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 지원의 중재 요소들이 확대되어야 노인 인권의 사각지대에 남은 가족 모두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남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가치관의 붕괴에 따른 노년층의 인권 취약을 보완하고 노인 스스로의 문제를 노-노(老-老)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인의 역량 개발을 도와야 한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부양 부담이 증가하고 역할 없는 노년을 보내야 한다는 위기의식과 부정적 시각이 크다. 그러나 장수의 꿈을 실현하고 제2의 인생을 다시 펼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많다. 누구나 노인 인권 침해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미래 피해자로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치유적 차원에서는 학대 피해 노인 쉼터가 더 많이 확충되어야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는 지역사회의 노년 교육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

선진 고령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인 학대 전문 교육, 상담전화의 활성화, 노인 학대 사례 데이터베이스 구축, 치료 보호 등의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 노인 학대 예방 홍보 등 적극적인 논의를 할 시점이다.

김형수 인천교육청 평생교육 혁신컨설턴트 위원 ihspirit@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