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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장기보유보다 중요한 ‘매각의 기술’

입력 | 2009-05-25 03:05:00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모든 성공한 투자는 시기를 잘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돼 있는 탐욕 불안 공포를 극복하고 최종 결심을 한 용기의 결과다. 투자는 특히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

필자는 자동차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채권인수단과 가격 협상을 했다. 양측이 주장하는 가격에 큰 차이는 없었으나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이 결렬 직전까지 갔다. 결국 물건을 팔아야 하는 우리 측이 아쉬운 양보를 하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협상은 나중에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케팅이론에 따르면 시장 경기가 좋아서 파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일 때는 사는 측이 거래조건에서 양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불경기가 돼 사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일 때는 파는 측에서 양보를 해야 거래가 성사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러한 이론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이론에 기간의 개념을 도입하면 그리 간단히 말하기가 어렵다. 실전에서 많은 거래를 하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의 경험이긴 하지만 셀러스 마켓의 지속기간이 바이어스 마켓보다 상대적으로 짧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대체적으로 20% 정도가 셀러스 마켓, 즉 매각 타이밍이라고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원하는 값에 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이 고려되었는지 모르지만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부동산중개 수수료도 파는 측에서만 지불하고 사는 쪽에서는 지불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대부분의 국제적인 기업이나 투자은행(IB)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탈출전략(Exit Plan)’을 반드시 점검한다.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주기(Life cycle)가 있기 마련이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요샛말로 매우 ‘쿨’한 뉴스가 있었다. 30대인 H 사장은 창업해 운영하던 정보기술(IT)업체를 지난해 좋은 값에 매각했다. 그 대금으로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미래에셋타워를 880억 원에 사고, 평소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하기 위해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과 다르며 무작정 오래 갖고 있는 것이 좋다는 통설이 있다. 그러나 투자 기간과 부동산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랜 기간 보유만 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파는 ‘매각의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