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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2차 핵실험 상황 비교

입력 | 2009-05-26 02:56:00


2006년 1차 미사일 발사 → 국제 제재 → 보복 핵실험

2009년 2차 김정일 쇠약 - 한미 외면에 기습 단행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까지 북한이 처한 안팎의 상황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와 비슷하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정치적 불만을 표시하며 장거리 로켓 등 미사일을 발사했고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하자 보복의 형식으로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북한의 행태를 보면 차이점도 적지 않다. 북한의 정치적 요구사항이 커졌고 미사일 발사에서 핵 실험까지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3년 사이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교체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등 북한 내부 사정도 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유사한 흐름에 세부적 변화

두 차례의 북한 핵실험은 북-미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감행됐다. 1차 핵실험 당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북한 돈 2400만 달러를 동결하는 금융제재를 가했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번의 경우 북한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희망했지만 미국이 이란 등에 비해 북한과의 대화에 속도를 내지 않자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다.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장거리미사일과 중·단거리 미사일 등 모두 7발을 동해상으로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월 15일 결의안 1695호를 채택해 제재를 가하자 이에 반발해 10월 9일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유엔이 대북 비난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반발해 오다 이번에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1차 핵실험 때는 미사일 발사에서 핵실험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린 반면 이번에는 1개월 20일가량 걸렸다. 북한은 1차 핵실험 일주일 전 외무성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식 예고를 했지만 이번에는 지난달 29일 “추가적인 자위조치를 강화할 것이며 핵시험이 포함될 것”이라고 포괄적인 언급만 한 뒤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여유가 없어진 모습이 역력하다.

○ 북한의 조급증… 전망 어려워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1차 핵실험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러나 최근 북한의 행보에서는 지도부 내 의사결정의 경직성과 초조함이 배어나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건강 이상 이후 군부를 앞세워 대외 강경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완성과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놓고 지도부의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차례의 핵실험 사이에 한국에선 노무현 정부가 현재 이명박 정부로 바뀌었고 미국에선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이명박 정부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조급해진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무시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06년 핵실험 이후처럼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지면서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