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학습 스타일 - 취약점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이 엄마”
그래서∼ 엄마표 교재!
《주부 정춘자 씨(36·인천 부평구)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위해 수학 교재를 만든다. 정 씨는 연습문제를 풀 때 아는 문제를 실수하는 경우가 잦고 놀이 또는 체험을 통해 개념을 익혔을 때 더 쉽게 이해하는 아들의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문제만 쏙쏙 골라 교재에 포함시킨다. 자녀의 성격, 학습 스타일, 취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라는 생각에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정 씨. 정 씨의 아들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수학 만점을 놓친 적이 없다.》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 두 엄마의 영어 수학 교재 노하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류승연 씨(37·강원 원주시)도 자녀의 영어교재를 직접 만든다. 해외 경험이 있는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겐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면서도 말하기와 쓰기의 감(感)을 유지할 수 있는 교재가 꼭 필요하기 때문.
류 씨는 △좋아하는 분야에 관련된 영어지문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어휘력은 물론 쓰기, 말하기 실력까지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활동과 문제를 교재에 배치한다.
이들은 “아이의 특성에 딱 맞춘 ‘엄마표 교재’는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자신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내 아이의 장점은 살리고, 취약점은 보완하는 ‘엄마표 교재’. 어떻게 만들까?
○ 취약점 대비 문제로 실력 쌓기
교재를 만들 땐 자녀의 수학 교과서와 문제 풀이과정을 적은 연습장,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녀의 취약 단원, 문제 유형을 파악해야 보다 효과적인 교재를 만들 수 있다.
정 씨는 몇 개의 문제를 맞혔는가보다 얼마나 자세히 풀이과정을 썼는가를 눈여겨본다. 만약 풀이과정을 전혀 못썼다든지, 답은 맞혔지만 풀이과정이 틀렸을 경우엔 문제를 변형해 다시 한번 풀게 한다. 문제와 문제 사이엔 풀이 과정을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핵심이다.
난도 높은 문제는 정답을 묻는 문제 대신 풀이과정에 빈칸을 채워 넣는 문제를 내 주어 생각을 유도한다.
○ 추상적인 수학 개념은 체험으로 익히기
“엄마가 1L의 우유를 65mL 요구르트 병에 나눠 담으려고 해. 요구르트 병은 몇 개나 필요할까?”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우유팩, 계란 판 등을 활용해 문제를 풀도록 하면 아이들은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정 씨는 리터와 미리 리터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계량컵, 주전자 등을 활용한 문제를 낸다. 이런 문제를 풀 땐 주방에서 실험을 하며 문제의 답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정 씨는 “자녀를 문제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거나 실제 체험으로 답을 찾는 문제를 내주면 자녀는 수학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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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식을 문장으로 풀어 쓰거나 문장을 수식으로 바꿔 쓰는 문제를 포함시켜 문장형 문제, 서술형 문제에 대비하도록 한다.
△ 수학 관련 단행본을 읽거나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해 자녀에게 직접 새로운 문제를 내보게 하는 것도 효과적.
△ 실수로 자주 틀리는 문제나 중요한 수학 공식 및 개념을 교재 하단에 적도록 해 엄마표 교재를 ‘오답노트’로 활용하게 하는 것도 방법.
△ 한단원 당 문제는 10∼20개 안팎으로 낸다. 교재를 푸는 시간과 학습량을 아이와 함께 정하면 공부 습관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육진선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초등 수학 팀장)
○ 스토리북으로 수준별 ‘퀴즈북’ 만들기
류승연 씨는 자녀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토리북 자체를 활용한 ‘퀴즈북’을 만든다. 자녀의 실력에 따라 단계별로 퀴즈북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
자녀가 영어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그림만 활용한 퀴즈북을 만든다. 먼저 스토리북의 핵심 내용이 들어있는 페이지만 골라 모두 복사한 뒤 그림만 노트에 오려 붙인다. 노트를 보며 각각의 그림에 해당하는 내용을 한국어로 설명하게 한다.
어느 정도 읽기에 익숙해 졌을 땐 그림과 문장을 활용해 퀴즈북을 만든다. 스토리북을 복사한 뒤 그림과 문장을 가위로 오려 순서에 상관없이 노트에 붙인다. 서로 관련 있는 그림과 문장을 연결하는 문제를 내고, 문제를 다 푼 뒤에는 한국어로 설명하게 한다.
문장을 정확히 이해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을 땐 문장과 단어를 활용해 퀴즈북을 만든다. 문장 안에서 두 세 개의 단어를 오려 낸 뒤 빈칸을 채우는 문제를 내준다. 문제를 다 푼 후에는 큰 소리로 문장을 읽어보게 한다.
아이가 문제를 어려워한다면 해당 페이지를 읽어주는 식으로 자녀에게 힌트를 준다.
○ 직접 만든 관찰일기·연극대본…말하고 쓰고!
류 씨는 쓰기·말하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다채로운 학습활동을 퀴즈북에 꼭 포함시킨다. 과학과 만들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류 씨는 ‘강낭콩 관찰일지 영어로 쓰기’ ‘나만의 사전 만들기’ 등의 학습활동을 내준다.
“스토리북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화를 묶어 연극대본을 쓰게 하고, 큰 소리로 읽게 하면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의 말하기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돼요. 온 가족이 함께하면 효과는 배가 되죠.”(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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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를 작은 종이에 적어 순서대로 나열해보는 게임을 하거나 스토리북을 읽고 표지를 그려보는 등의 학습활동을 교재에 포함시킨다.
△ 단어를 활용한 문제를 낼 땐 복수·단수 또는 시제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의 모양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지도한다. 단어의 여러 가지 의미까지 함께 익히는 것도 방법.
△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다면 영자신문 제목 바꿔달기, 영자신문 ‘키워드’ 찾기, 스토리북 테이프 듣고 받아쓰기 등의 과제를 내준다.
(도움말: 정승연 K12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선임 연구원)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