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오래 있는다고 해서 성과 높아지는 건 아니다
70년을 기준으로 사람의 생애를 나눠본다면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먹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시간을 분석한다면 아마도 거의 30년이라는 시간을 일하는 데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노동 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도 가장 높지만 그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을 근무시간(취업자 수×평균 근무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산술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분자(생산 총액)를 늘리거나 분모(취업자 수와 근무시간)를 줄여야 한다. 급격한 성장률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 경제 상황에서 분자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 상황에서 분모(취업자 수)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남는 것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뿐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 있는 경영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제안에 경영자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줄여도 생산(성과)의 양과 질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직장, 최고의 직장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성과를 투입요소로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관리해야 한다. 관리자가 직원들을 평가할 때 명확한 성과 측정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결국 얼마나 노력했는가 또는 얼마나 시간을 썼는가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직원들이 관리자의 눈치를 보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기업을 방문해 보면 아직도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특별한 이유 없이 퇴근하지 못하거나 휴가를 못 가는 직원들의 ‘항변’을 듣게 된다. 일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기보다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늦게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근무시간에 끝낼 수 있는 일도 야근을 고려해 늘어지게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휴잇어소시엇츠가 선정한 최고의 직장을 살펴보면 직원들의 절대적인 일의 양은 다른 기업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최고의 직장과 그렇지 못한 회사들의 차이는 성과관리 운영의 수준과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수행의 ‘주도성’에 있었다. 최고의 직장은 명확한 성과 기준을 제시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운영하는 직장이다.
이항재 휴잇어소시엇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