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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철학자 ‘7년간의 동행’

입력 | 2009-05-28 02:59:00

서울대 경제철학집담회에서 활동해 온 학자들이 27일 7년 동안의 연구를 마무리하는 세미나를 마친 뒤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완진 교수(경제학), 정호근 교수(철학), 정성훈 박사(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 최영기 교수(수학교육), 이남인 교수(철학), 이정전 명예교수(경제학), 윤선구 서울대 BK21철학교육연구사업단 교수. 원대연 기자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앞서 저술한 책은 ‘도덕감정론’이다.

인간의 본성에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어 하는 원칙이 있다는 내용의 이 책은 철학과 한 몸처럼 밀접하게 결합하고 소통했던 스미스 시대의 경제학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7일 낮 12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경제철학집담회 세미나는 경제학과 철학의 소통을 모색해온 서울대 연구자들이 7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 자리였다.》

서울대 ‘경제철학집담회’ 마지막 세미나

“학문의 소통, 경제위기 시대에 더 절실”

서울대 경제학과와 철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돼 2002년 결성한 집담회의 좌장은 이정전 명예교수(경제학).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 교수는 ‘도덕감정론’을 언급하며 논문 ‘환경경제학을 통해서 살펴본 철학적 과제’에서 환경문제를 사례로 경제학과 철학의 논점을 정리했다. 그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 등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경제학의 기본 시각은 도덕불감증과 인간의 이기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진다”며 “인간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 애덤 스미스 시기의 경제학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 이어 최영기 교수(수학교육)가 “그리스 시대 인간 삶의 행복을 추구했던 수학이 현대에 와서 기술만 추구하고 있다”며 월가(街)의 파생금융상품 설계자로 진출하는 수학계의 문제로 공감을 표시했고 김완진 교수(경제학)는 반론을 폈다. 경제학자들은 가치중립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며, 환경문제의 경우 시장이 개인에게 잘못된 인센티브를 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은 그 자체 영역에서 나름의 합리성을 갖지만 다른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는 이남인 교수(철학)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토론이 이어지자 이정전 교수가 “그동안 함께해온 이런 문제의식을 앞으로도 잊지 말자”며 매듭을 지었다.

이날을 끝으로 집담회는 ‘경제학과 철학의 만남’에서 ‘법학과 철학의 대화’로 선회한다. 김완진 교수는 7년 동안의 소회에 대해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처음 만나 배운 것도 많았다”며 “이 집담회가 아니었다면 제 전공인 미시경제가 아닌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담회 회장인 정호근 교수(철학)는 “경제학과 철학이 혼자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며 현실적인 소통의 필요성도 그만큼 컸다”고 했다. 이정전 교수는 “한 분야에만 매몰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철학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인데 이렇듯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이어져 기쁘다”고 했다.

집담회 활동은 학계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2004년과 2005년 학술지 ‘철학사상’에 ‘합리성’을 주제로 한 논문들을 게재해 경제학과 철학의 만남을 통해 넓어진 시야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남인 교수는 “1990년대 세계 경제의 위기 때 경제학과 철학이 이야기하지 않은 게 2008년의 위기로 이어졌듯이 학문 간 만남의 필요성은 절실하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