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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새로 떠오른 성장株, 중장기 주도株될까

입력 | 2009-05-30 02:58:00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주식시장은 여기까지 극적인 여정을 숨 가쁘게 소화했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 죄다 암울했던 지난해 11월 하순을 바닥으로 코스피는 가뿐하게 50%나 올랐다. 코스닥시장은 같은 기간 코스피보다 두 배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랠리도 주변 재료가 절묘하게 융합되면서 진폭이 커졌다. 각국이 부실 금융과 경기를 살리려고 푼 돈이 경기지표 안정과 만났고 여기에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종목 간 주가차별화가 나타났는데 ‘녹색성장주’란 이름표를 단 일부 종목은 작게는 2배, 크게는 서너 배의 주가상승률을 보이며 시장을 펄펄 날아다녔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부 내수업종은 투자자들 속이 터지게끔 제자리를 지키거나 미동에 그쳤다. 이러한 최근의 종목 간 주가차별화는 향후 증시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개인들이 동상이몽으로 모여 있다. 이들은 ‘한국증시’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주력 종목과 관심사가 다르고, 그래서 당연히 체감지수도 서로 다른 것 같다. 외국인은 환율과 글로벌 경기변화에 주목하면서 포트폴리오에 큰 편중은 보이지 않는 반면, 기관은 펀드 수익에 효자가 될 만한 종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장세에서 가장 활동적인 개인들은 미래의 성장잠재력과 신기술을 겨냥해 중소형주 쪽에서 종목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 주체 간 종목 식성에 차이가 있다 보니 ‘지금 주식시장이 과열이다, 아니다’를 논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주식시장이 조금은 더 어수선한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또 종목별로 주인이 다르다는 것은 시장의 힘이 강할 때는 릴레이 주가상승이 가능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시장 전체가 흔들릴 경우엔 투자자별로 뿔뿔이 흩어져 제 살길을 찾아 시장이 쉽게 분열되거나 무너질 수 있음을 뜻한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증시는 독야청청 강한 종목, 사상 신고치를 갈아 치우는 인상적인 선봉주들이 투자심리를 이끌고 있다. 이런 현상이 단지 시장 에너지(유동성)의 한계로 인한 편 가르기인지, 아니면 엄청난 새로운 성장주의 태동을 뜻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 종목군의 범위가 점차 좁아지고 상승률에도 제약을 받는 것을 보면 일단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란 것도 무한정 공급될 순 없는 일종의 ‘자원’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의 성장 기대주들이 정말 중장기 주도주로 오래 군림하려면 과속은 오히려 가치평가에 부담을 줘서 건강한 시장흐름을 해칠 수 있다. 6월 증시가 또 어떤 식으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김 한 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