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새벽 세 시/성기완 지음/276쪽·1만2900원·사문난적
“‘홍대 앞’ 이란 이름은 일종의 이미지다. 어딘가 예술적이겠지, 어쩐지 괴짜 같겠지, 멋이 있겠지, 전위적이겠지…. 홍대 앞 풍경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다…맘껏 괴짜여도 좋은 동네다.”(유재현, ‘홍대 앞 문화란 무엇인가’)
‘홍대 앞’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여러 배경이 작용했다. 민주화가 이뤄진 1990년대 서울 홍익대 앞은 기존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활약하던 신촌에서 ‘탈출’한 밴드들이 모이는 곳이자 홍대 미대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장소였다. 청년놀이문화의 ‘물’의 구도가 달라진 점도 한몫했다. 그 전에는 술 마시고 춤추는 공간이 구분되던 놀이문화의 장소가 록카페처럼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1984년 2호선 홍대입구역 개통, 2001년 시작된 클럽데이 문화 등이 겹치며 지금의 ‘홍대 앞’이 생겼다.
‘홍대 앞 새벽 세 시’는 ‘당신의 텍스트’ 등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인 저자가 20여 년간 지켜본 홍대 앞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만난 달파란, 황신혜밴드 등의 인디 가수와 홍대 앞의 역사를 만들어 온 카페, 클럽에 대한 에세이가 이어진다.
“그들은 1980년대 젊은이들처럼 주먹을 높이 치켜세우고 심각하게 고발하지 않는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제스처와 쇼맨십으로 비꼬고 웃기는 가운데에서 넌지시 고발한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 인디 밴드의 대표주자 격이었던 ‘크라잉넛’의 음악에서 당시의 홍대 앞 인디문화를 포착해낸다. 이들은 “잘 먹고 잘 자란 중산층 아이들”로 생활과 무대를 가리지 않고 떠들고 즐기는 발랄함을 가졌다. 하지만 노래에는 ‘모든 것은 막혀 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말 달리자’) 같은 비애가 녹아 있다. 이런 감성은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고여 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싸구려 커피’)라고 노래하는 2009년 ‘장기하와 얼굴들’로 이어진다.
그 사이 홍대 앞은 변했다. 홍대 앞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서서울호텔은 헐리고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다. 홍대 앞 인디밴드의 필수요소이던 특유의 아마추어리즘은 “‘일부러라도’ 좀 모자란 듯이 하는 하나의 관행”이 됐다. 홍대 앞과 인디문화가 상업화됐다는 비판도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요즘의 인디 신을 가리켜 “이젠 지겹다”고 말한다.
그 대신 저자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내세운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홍대 앞 인디문화의 또 다른 길을 찾는다. 저자는 “‘지속가능한’이라는 약간은 정치적인 수사와 ‘딴따라질’이라는 시장판 어휘를 리믹스할 수 있는 유연함과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지금의 인디다”라고 말한다.
‘대한인디만세: 한국 인디음악 10년사’(세미콜론)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홍대 앞을 주무대로 삼은 한국 인디음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여러 가수나 밴드와의 인터뷰, 인디음악의 역사와 미래를 위한 제언 등을 담고 있다. ‘한국대중가요사’(민속원)는 1990년대 홍대 앞 인디문화가 생기기까지 한국대중가요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짚었다. ‘놀이터 옆 작업실’(월간미술)은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 ‘희망시장’을 이뤄 온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등을 소개한다. 희망시장의 탄생 비화와 역사, 작가들의 작업실 탐방 등을 담았다. ‘홍대 앞으로 와’(바이북스)는 홍대 앞과 그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홍대 앞에서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는 인디음반 제작자, 홍대 앞에서 자취하다 한국 인디문화 애호가가 된 외국인 영어 강사 등이 쓴 에세이를 담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